오현철 교수 [성결대학교]

기업은 대학교육을 마치고 다양한 경험을 체득한 인재라 할지라도 가능하면 신입사원으로 1-2년 인턴 근무를 하며 실무경험을 쌓고 업무에 관한 교육을 받게 한 후 소관부서에 배치한다. 이유는 현장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사연도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3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비용이 1인당 1억 원이 넘게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입사원이 제 몫을 다하는데 평균 20.3개월, 대기업은 29.6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교회는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을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여비 정도와 약간의 장학금을 주며 파트타임이나 하프타임으로 사용한다. 한국교회 현장에서 신학 초년생이 교육전도사나 부서책임자로 일하는 것은 흔하고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다. 신학교육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 목회자들은 교회에서 신학을 배우고 사역을 연마했다. 하지만 신학교육 환경이 180도 달라진 지금 신학교육의 전문화, 현장화를 요구하면서 사실은 이를 위한 지원에 인색한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스폰서십은 신학교육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목회후보생들이 신학생의 신분으로 있는 동안에는 학업에 전념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신학함이 곧 사역이고, 공부하는 것이 곧 예배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들의 사역과 그들의 예배에 집중하도록 격려하는 것만큼 최상의 스폰서십은 없다. 교회의 잦은 행사나 담당부서의 일이 아닌 여러 일들로 무리한 사역을 요구하거나 수업손실을 가져오지 않도록 시간의 스폰서십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물질의 스폰서십도 베풀어야 한다. 물질의 스폰서십은 혹 어렵더라도 배려와 인정의 스폰서십, 시간의 스폰서십은 가능하다. 물론 그것도 생각의 전환이 있지 않고서는 어렵겠지만. 물질의 스폰서십의 경우 소속한 모든 교육전도사를 돕기 힘들다면 한 학기 한 명씩 지원할 수 있다.

성결대학교는 지방회장추천전형이 있는데 이 경우 추천만 아니라 지원까지 함께 하는 방식으로 추천기준을 구체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 예장 고신 측의 양낙흥 교수는 노회나 지방회가 지교회로부터 올라오는 상회 부담금으로 신학생들을 직접 지원하거나 아니면 각 지교회에 그들의 재정능력에 적합한 숫자의 신학생들을 맡기는 방법을 제안했는데, 어떤 경우가 되었든 모두 일정한 학업성취도를 지원기준으로 삼는다면 학업에 집중하도록 격려하는 결과로도 이어질 것이다. 한신대 강성영 교수는 “교회의 지원으로 신학생들이 평균적으로 등록금의 반값 이상을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고, 무료로 생활관에 입사할 수 있다면 학생들에게 신학교육 기간은 당연히 학문에 전념하고 전문적 소양을 쌓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조건과 지원이 확보되면(향후 교육인구 감소 및 교과부의 3차례 구조개혁 평가 등으로 인한 정원감축 등을 예상할 때) 필요한 제안이라 하겠다.

정용섭 목사와 노길명 교수에 따르면 신학생들과 신학자들은 한국교회의 신뢰도 추락과 목회자의 위상 하락의 책임이 일선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있다고 본다. 교회의 지원결여, 실천신학의 기초가 결여된 목회, 신학훈련장으로서의 교회기능 상실 등이 그 이유다. 반면 목회자들은 실제 목회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신학교육, 교회활동에 대한 신학대학의 참여의식 결여를 들어 그 책임이 신학대학과 신학교수들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이 상호비판이 무려 36년 전의 이야기라면 믿겠는가? 문제는 지금도 그리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자 어느 쪽에서도 관계를 개선하려는 보다 개혁적인 시도나 폭넓은 상호이해는 물론 자기반성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자기반성은 사실 신학자들에게 더욱 필요한 덕목이다. 신학대학에서 가르치는 신학이 교회를 바르게 또는 비판적으로 섬기지 못하고, 교회의 실천을 이론적이고 전문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목사후보생들의 영적 개인적 전문적 능력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다는 질책은 지금도 신학자의 귓가에서만 아니라 가슴 속에서 들려온다. 책임을 나눠지지 않는 책임전가나 무조건의 비판은 무의미하다.

바른 목회자 양성은 급조된 전략적 목표설정을 따르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대학과 교회의 연대가 강화되고 목회자와 신학자 및 신학생의 밀착이 확대됨으로 상호이해와 상호지원이 보다 확충될 때, 즉 토양이 개선되고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