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  (교단총무)

눈물은 연약함의 상징처럼 보인다. 어릴 적 아버지는 사내아이가 가볍게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그래서 남자의 눈물은 부끄러운 것으로 알았다. 눈물은 어느 누구도 강제로 나오게 할 수 없다. 오로지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육군대장이 이등병에게 명령한다고 눈물이 나올 수 없다. 아픔과 감동만이 눈에서 눈물이 저절로 나오게 할 수 있다.

지난 8월 15일 오후 5시, 예성 청년들이 12박 13일 동안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하여 380km 휴전선을 도보로 횡단하고 당당하게 대한문광장으로 들어올 때 뜨거운 마음으로 열렬히 환영하였다. 그들은 요즈음 젊은이 같지 않았다. 너무나도 믿음직스럽고 대견스러웠다. 나도 과거 군에서 훈련 받을 때 군장을 메고 밤새도록 장거리를 행군하며 발바닥이 부르트고 물집이 잡히는 아픔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이들은 의무가 아니라 자원하여 그 길을 선택하고 고통스런 시간을 참아내었다. 나는 깃발을 흔들며 대한문광장에 들어서는 청년들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이 눈물은 기쁨과 감격을 흠뻑 머금고 있었다.

휴전선을 걸으면서 “회개합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가슴을 치며 민족의 죄를 회개하였다. 기성세대들이 저지른 죄를 청년들이 대신 회개하며 눈물을 흘렸다. 우리나라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을 가슴에 품고 저들이 회개하였다.

5년 전 이 행진의 시작부터 함께 하였던 청년 국회의원은 격려사를 하며 연신 눈물을 훔치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의 시간이요 감동의 자리였기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하나님께서 그의 눈물을 보시고 이 나라 청년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붙여주실 것이다.

세족의 순서가 있었다. 380km를 완주한 54명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그 자리에 참석한 목사님, 장로님들이 한 사람씩 맡아서 대야에 발을 넣고 정성스럽게 씻어주었다. 나도 듬직한 한 청년 앞에 앉아 그 발을 보듬고 씻어주었다. 그 순간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져 그 발에 입 맞추며 혀로 핥아주었다. 그러자 그 청년은 죄송스러워 하다가 어느 순간 뜨거운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렸다.

제94회 총회를 시작하며 무주리조트에서 실행위원정책수련회를 하였다. 폐회예배 광고시간, 순서에도 없는 특별중보기도를 하자고 제안하고 합심하여 기도하는데, 성령의 감동으로 절제할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솟구쳐 나왔다. 우리는 동역자들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흐느끼며 서로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였다.

왕하 20:5 “여호와의 말씀이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
히스기야의 눈물을 보신 하나님께서 무조건 죽을병을 고쳐주시고 수한을 15년 연장시켜 주시며 나라에 평안을 주신 것처럼, 청년들의 눈물을 보시고 이 땅을 고쳐 낫게 하시고 민족통일의 은총을 이 땅에 베푸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또한 임원들과 실행위원들의 눈물을 보시고 우리 교단에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원한다. 교단을 살펴보니 힘겨워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너무 많고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자기의 형편을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동역자들을 위해 눈물로 탄식하며 기도할 뿐이다.
주님께서 눈물을 씻어주시고 밝은 웃음을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