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현성 목사 (은광교회)

초콜릿의 시즌은 12월 크리스마스, 2월 발렌타인데이, 3월 화이트데이까지 초콜릿 업계에서는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름 끝자락에서 무척이나 초콜릿이 그립다.
본래 초콜릿은 쓴맛을 내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초콜릿 제품은 대부분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밀크, 버터, 설탕, 향료 등을 첨가하여 달콤한 맛을 낸다. 은은한 풍미와 향기를 가지고 있는 초콜릿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기호식품이다. 초콜릿의 원료는 카카오나무의 갈색열매인 포드를 따서 껍질을 벗기면 카카오 빈이라는 씨앗이 들어있는데 이것이 우리가 먹는 여러 종류의 초콜릿에 주재료인 셈이다. 건조시킨 카카오 빈을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서 각기 다른 종류의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 특별히 벨기에 초콜릿이 유명하다. 벨기에식 초콜릿은 ‘프랄린’이라고 불린다. 프레슬린 공작이 자신의 요리사가 우연히 발견한 것에 자신의 이름을 따서 ‘프랄린’이라고 지었다.

프랄린(pralin,프랄랭)이란, 초콜릿 안에 프랄랭(카라멜이든 설탕과 견과류 또는 말린 과일 50%이상을 혼합한 것)이나 크림, 견과류를 채우고 초콜릿을 씌워 만든 작은 미니 초콜릿을 말한다. 그래서일까? 프랄린은 “감싸다”라는 뜻을 지닌다.

교단 적으로나 교회적으로나 여름행사의 마무리 시점에서 더더욱 프랄린 초콜릿이 그립다. 교단 적으로 여름행사가 6월 군목단수련회를 시작으로 여전련하계수련회, 남전련하계수련회, 학생부연합수련회, 성결어린이 캠프, 성청 ‘We Do Walk’ 국토횡단대장정, 산상부흥성회, 목회자하계수련회, 장전련하계수련회를 끝으로 마무리 된다. 개 교회적으로도 지금쯤이면 분주했던 여름행사가 끝난 시점이다.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여 영적 쉼과 봉사와 섬김의 장을 이루었다. 대외적인 행사 홍보를 통해 행사를 진행하던 분들의 이름과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특별히 이름도, 얼굴도 드러냄이 없이 묵묵히 주어진 자리에서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싶다.

만월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인천의 모습은 정말 감개무량하다. 내려오는 길에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무심코 쳐다본 나비 한 마리가 마치 내가 딛어야 할 길목을 안내하듯 나보다 앞서 예쁜 두 날개로 날아다님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마음이 즐거우니 나비가 마치 나의 수호천사처럼 보였던 것이다. 어디서 굴러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굳은 땅에 박혀 산을 향하여 오르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디딤돌이 된 돌멩이를 보았다. 묵묵히 자기의 할일을 다하는 돌멩이의 존재가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불평이 없어 보인다. 누가 눈여겨 보아주지 않아도 원망이 없어 보인다. 자신의 위치에서 사람들의 디딤돌이 되어준 그 작은 돌멩이가 무척 고맙다.  

여름행사를 위해 땀 흘리던 순간들은 초콜릿의 주재료인 카카오 빈의 쓴맛과 같았을 것이다. 섬김의 자리가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입는 자리였을 수도 있다. 여름행사를 위하여 묵묵히 자기의 할 일에 최선을 다했던 섬김의 사람들을 위하여 지금쯤 격려와 위로의 손길로 감싸 안아주어야 할 때라 생각된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사귄지 백 일째 되는 커플, 기념하고픈 날을 꼭 기억해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선물을 고를까 고민하는 대신 흔히 생각하는 아이템이 초콜릿이다. 초콜릿을 선물하면 사랑을 받은 느낌이랄까... “감싸다”라는 뜻을 지닌 달콤한 프랄린 초콜릿을 선물하고 싶다. 한 입 가득 채워진 달달한 초콜릿을 입안에서 슬그머니 녹이며 미소 짓는 행복한 얼굴을 상상해 본다.

만일 누가 말하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같이 하고 누가 봉사하려면 하나님의 공급하시는 힘으로 하는 것같이 하라 이는 범사에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게 하려 함이니 그에게 영광과 권능이 세세에 무궁토록 있느니라 아멘(벧전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