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구 목사 [내수교회]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에게 속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는 ‘그리스도의 소유로서 그분을 믿고 구주로 고백한 자’를 포괄하는 말이며, 이들의 모임을 ‘교회’라고 말한다. 성경에서 ‘그리스도인’(christian)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는 곳은 사도행전 11:26이다. “제자들이 안디옥에서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일컬음을 받게 되었더라”로 기록된 바와 같이, ‘그리스도인’은 초대교회 당시 수리아 안디옥교회 성도에게 처음 사용되었다(행 11:26, 26:28).

비록 ‘그리스도인’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될 때에 경멸과 멸시의 뉘앙스로 사용되었다 하더라도(행 24:5; 행 26:28), 이 용어는 점차 영광스럽고 복된 이름으로 쓰이게 된다. 주후 2000여년의 세월동안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 왔고,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그리고 130여 년 전에 이 땅에도 복음이 전파되었고, 교회가 탄생되었다. 지나간 130여 년 동안 한국교회는 조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양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양적인 성장에 매달려온 교회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신뢰도가 급속도로 하락하게 되었다. ‘2013년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여전히 사회적 신뢰도 20%를 넘지 못하고 만성적인 불신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윤실은 한국교회의 신뢰 지수가 떨어지는 이유로서 언행 불일치, 비리·부정, 타 종교에 대한 배타적 태도 등을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리고 기윤실은 “윤리와 도덕 실천운동이 한국교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진단은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타당성 있는 진단이며, 한국교회는 이러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교회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더 심각한 이유를 ‘교회의 거룩함의 상실’의 측면에서 찾으려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때까지 교회가 유지해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거룩함’이다. 물론 교회는 교회 내부에서도 하나님의 거룩한 속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하기에 세상과의 관계에서도 거룩함을 유지해야 한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피 값으로 세워진 것이기에 교회의 운영원리는 세상의 운영원리와 분명하게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세상과 구별되는 교회의 운영원리 몇 가지를 들어보기로 한다.

첫째, 세상의 운영원리가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방식이라면, 교회의 운영원리는 비록 소수의 의견이라 하여도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그것을 따라야 한다. 출애굽 광야시대에 12명의 정탐꾼 중에 10명은 부정적 보고를 하고, 비록 2명만이 긍정적 보고를 하였을지라도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뜻에 합당한 소수의 긍정적 보고를 채택하셨던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세상이 물질만능주의를 추구한다면, 교회의 운영원리는 물질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추구해야 한다.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영적 지도자는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생활에 전념해야 한다.

셋째, 세상이 성공주의를 추구한다면, 교회는 희생과 섬김과 나눔의 도를 실천해야 한다. 세상이 추구하는 것은 화려하고 가시적인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추구하는 것은 초라해 보일 수도 있고,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세상과 구별되는 거룩함을 유지해야 한다. 교회의 머리되신 주님께서 약속하셨기 때문이다. “그에게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을 입도록 허락하셨으니 이 세마포 옷은 성도들의 옳은 행실이로다”(계 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