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석 목사  [은현교회/총회성결교신학교 학장]

또 가을은 뺄셈의 계절입니다. 숲은 모아두었던 잎과 열매를 아낌없이 버림으로 몸짓을 가볍게 하고 벌거벗은 외로움으로 다가올 겨울을 준비합니다. 가을은 이렇게 덧셈으로 시작하고 뺄셈으로 마쳐집니다.

물드는 시간들은 덧셈과 뺄셈 사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늘은 이때가 되면 높아 청안(淸安)의 색으로 물들고 코스모스는 덧셈의 시간이 시작되기 전부터 여린 꽃잎을 흰색, 분홍색, 붉은색으로 물들입니다. 해바라기는 빛 부신 햇빛 따라 누렇게 물들어 부끄러운 고개 숙이고 과수원의 대추, 사과는 붉은 색으로, 들녘의 벼이삭은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어 출렁거립니다. 

덧셈의 시간이 마쳐지는 때쯤이면, 푸르던 이파리들도 갈색, 붉은 색으로 물들어 뺄셈의 시간을 준비할 것입니다. 대지는 온통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수채화로 변할 것입니다.

미당 서정주님은 그의 시 ‘추일미음’에서 “울타리 밑 감물은 떫게 물들고, 맨드라미 접시 꽃은 붉게 물들었는데, 나는 이 가을에 어떤 물이 들었는고... .” 하며 물들어가는 가을을 노래했습니다. 시인은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풍경을 보면서 사람이 산다는 것도 물들어 가는 것으로 생각을 키웠을 것이며, 그렇다면 “나는 이 가을에 어떤 물이 들었는고...” 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서정성이 풍부한 서정주님의 시는 우리를 생각의 바다에 잠기게 합니다. “나는 이 가을에 어떤 물이 들었는고... .” 라는 시구는 분주하게 살고 있는 우리 삶을 멈칫하게 할 만큼 요동쳐대며 깊은 생각의 바다에 잠기게 합니다.

사도바울은 갈라디아에 있는 성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졌노라(갈5:17)”고 했습니다. 바울의 몸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때문에 당한 고난의 상처들이 흔적으로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몸에만 예수의 흔적이 새겨졌을까요? 그의 얼굴에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도 예수의 흔적으로 가득했고 몸과 영혼까지 모두 예수로 물들어 갔던 것입니다. 예수로 물드는 진정한 제자가 되려면 바울처럼 덧셈의 은혜를 분명하게 입어야 합니다. 

십자가로부터 수여되는 하나님의 사랑을 더하지 않고 설 수 있는 사역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또 뺄셈을 적용시키지 못한다면 결코 향기 있는 사역자로 설 수 없습니다.

바울은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긴다(빌3:8)’ 했습니다. 확실하고 분명한 뺄셈을 통해 향기 나는 예수의 사람으로 물들었던 것입니다.

산다는 것이 덧셈과 뺄셈 사이에서 물들어 가는 것이라면 나는 어떤 물이 들어가고 있을까? 또 다시 물드는 계절을 맞습니다. 올가을에는 더 많은 섬김과 겸손으로 향 깊은 예수로 물들어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