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상처가 난 다음에 욥의 모습은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이었다. 몸에 찾아온 질병이 인간을 얼마나 약한 존재로 만들 수 있는가를 알게 된다. 위대한 욥의 신앙이 무너진 것은 육체의 고통에서 부터였다. 사실 몸의 고통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마음과 영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소하게 보이지만 배변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대중이 있는 장소에서 실수를 하게 되고, 실수의 순간 인간은 몸의 약함뿐만 아니라 무너지는 인격의 고통을 겪는 것이다. 또한 건강했던 사람이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리고 죽을 수도 있는 위기가 찾아오면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육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때 인간은 비로소 육체 안에 있는 존재라고 하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나’라는 위대한 찬양 시를 지었던 송명희는 육체적 가시로, 고난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장애를 그녀에게 발견 되어진 ‘성경의 실체이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받아들이고, 그녀에게 함께 하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수많은 시로 표현하였다. 10대 후반에 그녀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성인이 된 후 자신 안에 있는 육체적인 또 하나의 고통을 솔직하게 진술하였다.

 

내가 진실로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내 마음의 갈등이었다. 내 이상형의 사람들이 나타나자 감정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남자가 좋아서 길가는 남자 뒤통수만 봐도 유혹을 느낄 만큼 본능이 나를 괴롭혔다.  … 나는 다만 사람의 본능과 감정을 가진 인격체였기에 한없이 외로웠고 속에서는 정욕의 불길이 용광로처럼 타올랐다.(송명희, 「내가 너를 들어 쓰리라」(서울: 기독신문사, 1997), 88.)

인간의 실존은 몸 안에 있는 존재이다. 때때로 인간은 몸이 가지게 된 질병과 몸의 요구들 속에서 고통을 받기도 한다. 몸으로부터 시작한 고통이 영혼의 고통으로까지 연결되기도 하고, 마음이나 영혼으로부터 시작한 고통이 몸의 고통으로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몸의 고통은 질병과 장애로 표현되고, 마음과 영혼의 고통은 상처로 표현될 수 있다. 몸의 질병과 장애나 마음과 영혼의 상처들은 그 안에 고통이 함께 있고, 인간은 그 고통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의학자 바이츠재커(Victor von  Weizsacker)에 따르면 인간이 질병에 걸리는 것은 육체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심리신체의 관계’를 세 가지 방향에서 설명했는데, 첫째는 ‘심리신체 인과성’이다. 이것은 몸과 영혼이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살아 있는 몸의 평행주의’이다. 인간의 몸은 영혼의 체험을 나타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혼도 몸에서 일어난 일들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현대 우리의 목회의 현장은 몸을 강조하는 시대에 있다. 시대와 동떨어진 영만을 강조하는 목회나, 시대에 잘 적응하여 몸만을 강조하는 목회가 아니라 조화와 균형이 있는 목회의 현장이 필요하다. 우리가 천국에 가는 것은 영만도, 혼만도, 육만도 아닌 변화된 전인적 부활체로 가는 것이다. 과연 나의 목회의 현장은 전인적인가? 다시 질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