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귀수 목사  [선목교회]

그러나 8.15 광복은 과거에 완료된 사건이 아니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군국주의 부활 기도, 중국이 추진하는 동북공정, 북한의 핵위협 등 패권주의가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8.15 광복은 민족과 교회 앞에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일제로부터 주권을 되찾은 지 71주년이 되는 지금 우리는 사드 배치문제로 인한 남남 갈등에서 보듯이 말로는 자주 외교와 동북아 중심 국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일·중·러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민족사에서 광복의 의미는 대외적인 독립을 뜻한다. 따라서 8.15 광복절을 맞을 때마다 일제의 강권통치에 맞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피 흘려 싸운 독립운동가들의 처절했던 투쟁과 희생을 떠올리고 그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민족사의 관점에서 8·15 광복은 우리 민족 스스로 독립을 쟁취한 것이지만 세계사의 눈으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한 국제 정세의 부산물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함석헌이 말한 것처럼 “8·15 광복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떡”이라는 것이다. 

광복의 진정한 의미는 대내적으로 각종 구습과 악습을 타파하고 자유와 평등의 기치 아래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고 시민이 사회의 근간이 되는 민주사회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한국교회는 역사적으로 그러한 노력의 중심에 늘 자리해 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제도상으로는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었다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민주화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표면에 나타나는 정치권의 대립이나 지역주의, 세대와 계층간의 갈등과 보수 진보간의 메울 수 없는 간격으로 인한 사회적 병리현상은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을 한국교회가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다는 점이다. 급격한 산업화가 농촌에 공동화 현상을 불러왔다면 교회는 더 나아가 농촌교회의 쇠퇴와 도시교회의 부흥에 머물지 않고 같은 도시에 있는 교회 간에도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극소수 대형교회로 성도들이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향후 몇 년 안으로 몇몇 교회만 부흥하고 대부분 교회는 쇠퇴하여 교계 전체가 침체되는 심각한 현상이 빚어질지 모른다. 

‘빈익빈 부익부’는 반 성경적이다. 마치 일제가 제국주의의 칼날로 우리 민족의 주권과 인권을 수탈했듯이 오늘의 교회가 상생 대신 독식을 마치 자연스런 부흥의 결과인양 자위하고 도취한다면 한국교회는 함께 공멸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남의 아픔을 이해하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함으로써 다름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그리스도의 지체임을 보여주는 것이고 사회적 병리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8.15, 미완의 광복을 완성할 수 있는 길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