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 [광주 한사랑교회]

1977년부터 목회를 시작했으니 만 40년이 된 셈이다. 그 동안 주님의 은혜가 너무도 컸음을 고백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신안군 압해도의 작은 섬 가란도로 보내셔서 담임전도사로 성은교회에서 처녀 목회를 시작하였다. 거기서 3년간 목회하는 동안 하나님은 다듬어주시고 호남지방에서 훌륭한 목사님과 좋은 신자를 만나게 하시고 행복한 목회경험을 쌓은 후 군목으로 임관하게 하셨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군으로 인도하셨다. 군목생활 15년에 10번 이사하며 충청도를 제외하고 경기도, 경상도, 강원도, 부산, 광주 등 전국을 누비는 특혜를 누렸다. 여기에서 성격도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던 내가 어느 덧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품으로 바뀌어 신·불신, 계급, 지위 고하간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훗날 총무로 사역하는데 참 유익하였다. 

군인교회 성도들이 앞장서 개척하자고 함으로 소중한 연금을 포기하고 조기 전역하여 광주에서 예배당을 건축하고 입당하며 교회 창립예배를 드렸다. 아마 교회개척역사에서 찾아보기 드문 사례일 것이다. 그렇게 18년 동안 목회하다 총무로 4년 동안 교단을 섬기는 기회를 가졌다. 너무 감사할 뿐이다. 한없이 부족한 사람에게 귀한 직책을 맡기어 섬기게 하심이 큰 은혜였다. 그리고 다시 전례 없이 떠났던 한사랑교회의 청빙을 받아 위임식을 하고 광주에서 목회하게 되어 고맙기 그지없다. 

수없이 많은 은총을 베풀어주신 목적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세 가지를 결심하였다. 무조건 범사에 감사하며 살기로 했다. 생각하면 모두 감사할 것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껏 너무 많은 은총을 누렸으니 욕심도 내려놓고 받은 사랑에 감사하며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이것이 하나님의 뜻임이 분명하다(살전 5:18). 감사하며 살아도 얼마 남지 않은 목회기간이다.

지방회에 가보니 후배들이 자리에 그득하다. 얼마나 남았나 계산하니 손가락에 들어온다. 어린 나이에 목회를 시작하여 사랑만 많이 받았는데 어느 덧 선배의 자리에 앉았다. 남은 기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좁게는 지방회에서, 넓게는 교단에서 선후배 목회자를 작게라도 섬겨야겠다. 내 주장, 내 목소리를 낮추고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을 높여주는 것이 내 할 일인 것 같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것도 이것 아니던가?(막 9:35)

받은 축복을 생각해 보니, 가장 중요한 결론이 나온다. 오직 양떼에만 관심을 갖고 사랑하고 섬기라는 것이다. 주님께서 자기 양무리를 맡기기 위해 이러신 게 틀림없다. 예수님의 기대에 잘 맞는 목자가 되어야겠다. 양떼를 잘 치는 것 외에 뭐가 있겠는가? 길 잃고 방황하는 양, 홀로 외롭게 눈물짓는 양, 꼴을 먹지 못하여 영양실조에 걸려 병든 양은 없는가? 주님의 마음으로 맡겨주신 양을 돌보는 일에 전념하여야겠다. 

목사로서 이보다 더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총무로 재직하는 동안 쳐야할 양이 없었다. 설교할 강단이 없었다. 목사로서 힘들고 어려웠다. 그러다가 다시 강단을 맡아 설교하니 너무 행복하다. 이제는 감사한 마음으로, 한 마리의 양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