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원 목사 [사랑의동산교회]

그는 시위소찬을 글자별로 설명하면서 “시위(尸位)는 시동(尸童)이 앉은 자리이다. 시동은 옛날 중국에서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신위대신 앉혀 접신되게 했던 아이를 가리킨다. 이 아이는 제사상에 차려진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다. 고기나 생선이 들어있지 않은 간단한 반찬이 소찬(素餐)인데 소찬은 공짜 밥이다.” 

시동이 과연 제사상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나 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시동이니 그저 앞에 있는 것만 먹기만 하면 된다.  자기 입맛대로 먹기만 한다. 그래서 안병화 교수에 따르면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에서 직책을 다하지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고 녹을 받아먹는 공직자를 비유하여 이 말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사기(史記)와 더불어 대표적 정사인 반고(班固)의 한서(漢書) 주운전(朱雲傳)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서한(西漢) 시대에 주운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주역(周易)에 밝고 성격이 호탕하며 남을 잘 도와 사람들의 신망을 받고 있었다. 

당시 황제의 스승을 지낸 덕으로 장우(張禹)란 신하가 재상에 올랐지만 국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국록만 축내는 신세였다. 주운이 나서서 탄핵했다. “지금 조정의 대신들은 위로는 임금의 잘못을 바로 잡지 못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이익을 주지 못하니 모두 헛되이 자리에 앉아 공밥이나 축내고 있는 꼴입니다.”

연말에 정국의 어수선 함을 보면서 이 글이 참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그러나 목사인 나 역시 돌이켜 위로는 하나님을 제일 잘 섬기겠다고 목회의 길에 나섰고 아래로는 누구보다도 양무리를 사랑하겠노라고 고백을 해서 목사의 자리에 있지만 시위소찬했다는 회한을 지울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이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가운데서도 2016년을 마감하게 하시고 2017년을 펼쳐놓으셨다. 

이 큰 은혜를 어찌 그냥 받을 수 있을까? 이제는 제자리에서 온전히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목회자는 목회자의 자리에서 순수를 지켜나가고 성도는 성도의 자리에서 그 순결함을 지켜가는 교회이어야 하고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이 땅에서도 재상은 재상의 자리에서, 학생은 학생의 자리에서 기업인은 기업인의 자리에서 순수를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목회자의 자리가 시위소찬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도하는 자리, 말씀에 감격하고 묻히는 자리, 성도의 아픔의 눈물을 함께 흘리고 즐거움의 춤을 함께 추는 자리로 달려가는 우리의 모습이 가장 필요한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