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철 목사 [대전예심교회]

우리 교회는 대로변 3층에 위치해 있는데 1층이 편의점이고 2층은 PC방이다. 여건상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위치이다. 그러나 딱 2층까지 만이다. 개척교회가 다 그렇겠지만 사람이 많이 그립다. 전도사로 사역할 때 담임 목사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그 때 목사님은 사모님하고 두 분이서 개척을 하셨는데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면 혹시라도 어떤 교인이 들어올까 기대를 하면서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하루는 기도를 드리는데 교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교인이 한 명 왔나보다 기대하시고 기도를 마쳤는데 사모님이 화장실에 다녀오시느라고 문이 열렸었다는 말씀이셨다. 개척교회는 이처럼 교인 한 사람이 그리운데 기도하며 매달리니까 때가 되어 하나님께서 채워 주시더라는 말씀이셨다.

요즘도 개척교회는 같은 풍경이다. 예배를 드리면서 혹시라도 누가 들어올까 계단마다 불을 켜 놓기도 하고 외출할 때가 아니면 혹시라도 하면서 교회 현관문을 항상 열어 놓는다. 3, 4 개월 전에 있었던 일이다. 새벽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진짜로 교회 현관문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개척하고 처음으로 예배 중에 온 사람이기에 기도도 접어놓고 얘기를 들어 주었다. 말끔하게 차려 입은 신사는 어머니가 일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권사님이셨다는 말과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의 소원이 자기가 교회 나가는 거였단다. 

이제 자신이 교회에 다니면서 어머니 유언을 들어 드리겠다고 수요일과 주일에 나오겠노라고 하고 교회를 나갔다. 개척 일 년 만에 이런 일도 있구나 하며 순진한 목사는 감사를 드렸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이 있어 일찍 밖에 나왔는데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하고 아침식사를 하고 싶어서 왔는데 안 계신다고. 그래서 나는 일이 있어 출타중이니까 오후에 보자고 했다. 그런데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 어떤 아주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교회 옆에 식당인데 어떤 남자가 와서 목사님이랑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목사님이 조금 늦는다고 하셔서 자기 먼저 밥을 달라고 하고 먹고서는 담배 한 대 피우겠다고 나가더니 지금까지 안 온다는 것이다. 일을 마치고 식당에 가서 자초지종을 들어보고 그 사람이 먹고 간 밥값을 지불하고 나왔다. 

지난 연말에는 대낮에 한 가족이 그것도 초등학생까지 데리고 찾아 왔다. 당진에서 터미널 근처로 이사를 하려고 하는데 이사 오면 식구들이 다닐 교회를 찾고 있는데 마침 우리 교회가 눈에 들어 왔다고 한다. 얘기를 몇 마디 듣다보니 차비를 보태달라는 거였다. 주보와 새 달력까지 챙겨가며 주일에 꼭 나올거니까 믿어 달라는 것이다. 아이까지 데리고 거짓말을 하겠냐고. 속는 줄 뻔히 알았지만 만 원짜리 하나를 쥐어 주었다. 옛날 평신도 때에 어느 목사님께서 ‘목사는 속아도 줘야하고 알면서도 모른 체 해야 할 때도 많다’고 하신 말씀을 떠 올리면서 말이다. 이런 일이 벌써 손을 헤아리기 어렵다.

 내가 어리석은 목사일까? 아니면 그들이 지혜로운 사람들일까? 선배 목사님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알면서 속는 것은 바보라고 뻔한 거짓말에는 단호해야 한다고 하신다. 그러나 나는 그냥 어리석은 목사가 되고 싶다. 그 이유는 그들이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작은 천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