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현 목사 [안성중앙교회]

“분노가 빠졌다” “분노 없이 정의를 세우겠나” “분노가 우리나라를 제대로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승화돼야 한다”고도 한다. 이 시대의 탄핵정국에 대한 대선 주자들이 쏟아 놓은 말들이다. 온갖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오리발 내밀기, 말 바꾸기, 묵비권 행사, 동문서답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 런지도 궁금하다. 

주님도 분노 하셨다.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우리가 예수를 믿기에 주님의 제자가 되었기에 예수님의 실수를 비호하기 위하여 아니 주님의 분노를 미화시키려 하는 것이 아니다. 

‘분노 조절 장애’라는 것이 있다. 정신적 고통이나 충격 이후에 부당함, 모멸감, 좌절감, 무력감 등을 느끼면서 지속적으로 빈번히 나타나면서 정상적 행동이 아닌 폭력적 성향을 나타내는 부적응 반응의 한 형태를 말한다. 분노조절장애는 스트레스 상황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가슴 속에 화가 과도하게 쌓여있으면, 이것이 잠재되어 있다가 나중에 감정을 자극하는 상황이 올 때 폭발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 분노조절장애 증상의 원인은 부당함과 같은 삶의 스트레스에 기인한다. 요즘 우리사회가 온통 스트레스 투성이다. 스트레스의 요인 자체도 문제이지만 수많은 미디어(특히 Cable TV)와 정보의 홍수로 인해 더 큰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국민적 분노가 촛불이라는 민심으로 나타났지만 공익을 위한 분노가 아닌 자신의 이익과 정당의 정권 쟁취를 위한 분노는 사그라 들어야 하며 이에 편승하여 여론몰이를 하는 대권주자들과 자신의 이익과 명분 추구를 위한 헤게모니 쟁탈전과 정의를 가장한 촛불은 들지 말아야 한다.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다. 뉴욕 타임스 기자이자 소설가였던 존 스타인벡의 대표작인데 미국의 경제 대공황 당시 은행에게 땅을 빼앗겨서 오클라호마 주에서 캘리포니아 주로 이주해야 했던 톰 조드 일가의 삶을 다룬 이야기 이다. 청춘시절 이 책의 제목이 왜? ‘분노의 포도’ 인지 알지 못하고 읽었다. 제목의 기원은 Battle Hymn of the Republic(승전가-찬송가 348장 멜로디)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구절은 요한계시록에서 따온 구절이기도하다(계 19:15절-백마를 탄 자가 진노의 포도주 틀을 밟겠다는 말씀). 이제 우리는 ‘촛불’과 ‘태극기’ 둘 다 내려놓아야 한다. 기독교인이 들어야 할 것은 십자가뿐이며, 기드온과 300명의 용사처럼 드러나지는 않지만 한 손에는 항아리 속에 감추어진 기도의 횃불과 진리(말씀)의 칼을 들어야 할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암울한 조국의 현실 앞에 백마 탄 초인(超人)을 소망하며 노래했던 시인 이육사의 광야(廣野)의 시구를 떠올려 본다. 그리고 그 소망의 마음으로 승전가(조국찬가-Korean ver)를 불러본다.

내 눈은 주님의 영광이 오심을 보았네 

그는 모아둔 분노의 포도를 짓밟으시네 

그는 무서운 심판의 칼을 번득이시네 

그의 정의가 진격 하신다

영광 영광 할렐루야 영광 영광 할렐루야 

영광 영광 할렐루야 영광 영광 할렐루야 

곧 승리 하리라 (주 예수 오신다)

세계의 역사에서 분노는 변화를 촉발 시킬 수는 있었지만 혁명을 완성시켜 역사발전을 이룬 것은 오히려 분노의 절제였다. 집단적 분노조절 장애는 공동체를 위협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부추기려는 생각을 버리고, 각각의 손에 든 촛불과 태극기를 내려놓고 기다림의 미학을 갖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