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댓글을 유심히 본다. 기사보다는 댓글들이 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하지만 그곳이야말로 더 치열한 전쟁터일 뿐이다. 지지자들의 전쟁터다. 자기 진영의 대장을 위해 목숨 걸고 피 튀기게 싸운다. 요즘 유행하는 컴퓨터 게임 <오버워치>를 보는 듯하다. 키보드 워리어들이 여기저기에서 상대편을 향해 총질을 해댄다. 자기 진영이 아니면 댓글 하나를 놓고 가루가 될 때까지 공격한다. 

아니 정말 말로만 듣던 ‘댓글부대’가 있는 듯하다. 특정 시간에 같은 내용의 댓글들이 아이디만 바뀌어서 무더기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돈을 주고 고용한 용병인 알바도 진짜 있는 듯하다. 조회수나 공감수가 조작되는 듯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어디 그게 온라인상에서만 그런가. 어디에든 가서 정치 이야기를 한 번 꺼내놓아 보라. 순식간에 울그락 불그락해지는 얼굴을 보고, 높아지는 언성을 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잘못하면 가루가 되도록 까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

우리는 왜 이다지도 극성일까? 선거에 왜 이리도 과열되는 걸까? 뭔가에 ‘헝그리’한 민족이라서 그런가? 뭔가를 채우고 싶어서 밤새도록 깃발을 흔들어도 힘이 남아도는 그런 민족이라서 그런가? 아니나 다를까 ’먹는다‘는 표현을 유독 자주 쓰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을 듯하다. 우리는 나이도 먹고, 욕도 먹고, 감동도 먹고, 사업도 말아 먹을 수 있는 민족이다. 심지어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핸드폰의 문자도 씹어 먹는단다. 보낸 문자에 응답이 없으면 ’문자를 씹었다‘고 표현하니 말이다. 배고팠던 보릿고개 시절이면 그러려니 하겠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계속 먹겠다니, 분명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엔 채우고 싶은 불타오르는 욕망이 숨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1등에 목마르고, 최고에 배고프며, 최상에 헝그리하다. 

그래서 내가 지지하는 1등 후보에 반대하는 사람을 보면 가차 없다. 배고팠던 에너지가 불끈 솟아오르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 작은 나라에 남북이 나뉜 것도 모자라서, 동서로 나뉘고, 도시로 나뉘고, 또 연령으로 나뉜다. 

이젠 좀 냉철해져야 할 시점이 아닐까? 괜히 네거티브에 발끈하지 말고,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말고, 정말 민족의 미래를 놓고 고민 좀 제대로 해본 후보인가를 꼼꼼히 따져보고 지도자를 뽑아야 하지 않을까? 이젠 제발 좀 정책 대결 좀 하자. 치열하게 밤새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고민한 흔적을 좀 보여 달라! 이렇게 주문하고 싶어진다. 

이 땅의 성도들은 주일마다 이렇게 대표기도 한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선출되게 해달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 자가 후보 중에 있기나 한지도 모르겠다. 언제쯤 우리는 이렇게 갈라진 한반도 땅을 화합으로 이끌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까? 더 이상 갈라뜨리지 않고, 통합하고 화합시킬 지도자는 언제쯤 나오게 될까? 다윗을 보며 그런 지도자를 한 번 꿈꿔본다.

사무엘하 1장을 보면, “사울이 죽은 후에…….”로 시작한다. 사울이 사라졌으니 다윗의 왕위 계승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길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오히려 다윗의 유다 지파와 나머지 지파가 나뉘어져 민족 분열의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정적도 없어졌겠다, 그냥 내친김에 무력으로 사울의 자리에 앉아버리면 끝이다. 하지만 다윗은 7년 반이나 기다렸다. 한 번은 북쪽의 실력자 아브넬이 다윗을 만나고 돌아가다 암살당한 적이 있었다. 

모처럼 찾아온 통일의 기회인데 여기서 다윗은 서두르지 않고, 감정대로 하지 않고, 무력으로 하지 않고, 진심으로 애도하며 아브넬의 무덤가에서 금식하며 슬퍼한다. 정치적인 쇼가 아니라 진심으로 분열된 지파를 하나로 화합하려는 의지였다. 그는 백성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아량 있고 관용의 덕이 있는 지도자였다. 그의 심중에는 오직 화합만이 있었다. 그렇기에 7년 반이라는 세월도 인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통일된 왕국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바라기는 우리 교단에서만이라도 그런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