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학에 입학하려고 지원한 학생에게 면접관이 “사중복음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학생은 자랑스럽게 대답하기를,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입니다!” 하고 답했다. 허탈한 실소를 자아내지만 그래도 이 학생의 무지는 사랑스럽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정녕 문제는 성결교회 목회자들이 과연 사중복음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면서 사역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번 이 점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자; “내가 섬기는 강단에서는 중생, 성결, 신유, 재림의 명확한 복음이 힘 있게 증거 되고 있는가?”

돌이켜 보건데, 우리 성결교회의 사부들에게는 너나 할 것 없이 사중복음의 자랑스런 간증이 있었다. 성결교회의 전도자들은 노방전도로 적극적인 구령운동(求靈運動)을 폈고 또 노방전도에서 결심한 구도자(求道者)들에게 열심히 중생의 복음을 가르쳤다. 특히 ‘성별회’(聖別會)라는 집회를 열어 신자들로 하여금 성결의 은혜를 체험케 했다. 이를 위해 성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소책자도 만들어 사용하였다. 이들이 전하는 죄의 회개와 중생, 헌신과 성결, 신유의 은사,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준비 등의 간결하고도 원색적인 복음은 비단 성결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에도 큰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우리가 존경하는 영암 김응조 목사님의 신앙과 신학 속에도 사중복음은 가장 중요한 네 개의 주춧돌이다. 그의 나이 15세가 되던 1911년, 대구에서 유대인 출신 선교사로부터 세례를 받을 때 영암은 명확한 중생의 체험을 하게 되었다. 1917년에는 경성성서학원에 재학 중 일본에 있는 동양선교회 본부에서 모집한 일본 전도대원으로 선발되어 일본에서 활동하던 때 예수 재림의 환상을 체험했다. 그리고 영암은 예수 재림의 환상을 본 바로 그 이튿날 밤 ‘요한일서 3장 3절’이라는 음성을 들으면서 성결의 은혜를 깊이 체험하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성결 체험을 하고 난지 13년이 지난 1930년 9월 영암은 목포 유달산에서 강한 신유의 체험을 하게 되었다. 이처럼 사중복음의 체험적 확신이 영암의 강력한 복음사역의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본다.  

성결교회의 사중복음은 오늘날 방황하고 있는 한국교회와 신학계를 위해서도 분명한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 수년 전 필자가 개혁주의 계통의 한 신학 포럼에서 논문 발표의 좌장을 맡은 적이 있었다.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의 회심론을 다루는 자리였는데, 논문 발표가 끝난 후 신학자들 간에 구원론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발표자가 말하기를, 에드워즈의 시각에 의하면 한국교회 신자들의 90% 이상은 아직 거듭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말한 것이 그만 화근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필자에게는 아무런 갈등도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성결교회 사중복음에 나타난 중생과 성결의 복음은 이들 사이의 명확한 특성적 구분을 전제로 설명하는 전인적 구원론이기 때문이다.  

몇 주 전에는 미국에서 목회하고 있는 한 제자 목사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교회 성도들이 신앙적으로 방황하고 또 세속적인 분이 많아 속상했는데, 이들에게 참으로 구원 받았는지 여부를 가지고 설교했다가 적지 않은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필자는 답장에 이렇게 썼다; “성결교단에 사중복음이 있고 또 성결교리가 있지 않습니까? 성결의 복음은 바로 이런 어정쩡한 믿음의 상태에 있는 분들을 깨워 올바른 구원의 신앙으로 인도하는 복음입니다.” 

성결교회 목회자들이여! 사역의 승리를 위한 감춰진 보화는 바로 우리 성결교회의 자랑스런 전통 속에 있음을 소중히 알자. 18세기 잠자던 영국 성공회를 깨웠던 존 웨슬리(John Wesley)의 중생의 복음, 죄를 향한 자유가 아니라 죄로부터의 자유(not freedom to sinning but freedom from sinning)를 소개하여 고의적인 범죄(wilful sin)로부터 해방되어 지속적인 성결의 은혜 속에 살아가게 하는 성결의 복음, 그리고 현대에 만연한 온갖 종류의 육체적, 정신적, 환경적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을 주는 신유의 복음, 더 나아가서는 영암 김응조 목사님처럼 주님 맞이할 수 있는 재림의 준비를 갖춘 십자가 영성으로 무장하며 살게 하는 재림의 복음, 이 사중복음의 내용을 명확히 알고 또 이 체험을 자랑스럽게 전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이 땅 위의 성결교회에 주신 역사적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