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원 목사 [사랑의동산교회]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시간을 정해놓은 연인에게는 기쁨과 즐거움 속에 약간은 흥분된 기다림이 있다. 결혼 일을 정하여 놓은 연인에게는 황홀한 기다림의 즐거움이 있다. 이제 곧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올 남편을 위하여 정성을 다한 음식을 준비해놓은 아내에게는 가슴 설레는 기다림이 있다. 임신을 한 여인에게는 만삭이 되면서 새 생명의 태어남을 신비로움 속에 기다린다.
해질녘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에 어머니는 차가운 철제 현관문과 벽에 걸린 커다란 시계를 자꾸 보는 기다림이 있다. 첫 아이의 입학 일을 받아 놓은 초보예비학부모는 자기가 입학하는 듯 한 두려움 반 기대 반의 기다림이 있다. 대회에 출전하여 자신의 몫을 다 감당한 이에게 결과는 얼마나 가슴 졸이는 기다림인가.
군에 보낸 아들을 떠 올리는 아버지는 아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수고했다는 한마디 할 날을 과묵하게 기다린다. 목적지에 다가오는 비행기 속의 나그네는 발아래 머리 위에 두었던 짐을 챙기며 공항에 나와 있을 약속된 사람을 그리며 조금은 조급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새로운 집을 짓는 사람은 오늘 첫 삽을 뜨면서도 완공된 집의 그림을 그리며 입주 일을 기다린다. 바리바리 싸서 이고 들고 정류장에 오신 어머니는 신작로 커브 길에서 눈을 떼지 못하시면서 큰아들 식구들 얼굴을 떠올리며 혼잣말로 너무 조금인가? 하시면서 버스를 기다리신다. 퇴원을 앞둔 환자는 한 평생 다시는 병원에 올 일이 없을 거라고 자신하며 퇴원해도 좋다는 간호사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은 이제 옷매무새를 고치며 신발 끈을 동여매는 동안에도 경기 후 승리의 감격을 떠올리는 기다림으로 시작한다. 딸의 신랑 될 예비 사위를 처음 만나는 아버지는 알 수 없는 야릇함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면서 그저 좋아라만 하는 딸을 미운 눈으로 바라보며 기다린다. 할머니가 먼저 들어가신 화장실 앞에서 할아버지는 괜스레 헛기침을 하시면서 기다리신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영화관에 표 구입을 위해 줄지어 서있는 무리 속에서 내가 이렇게 영화를 좋아했나하는 마음속에 어떤 영화 길래 하는 궁금 덩어리 기다림이 있다. 이유식을 준비하는 엄마의 팔에 매달린 아가는 눈과 입이 동시에 맛있게 움직이면서 기다린다.
이제 막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신 80노구의 할머니는 새벽이 오기만을 기다리신다. 새신자가 온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교회 문을 들락날락하는 시골교회의 목사님의 기다림은 애틋하기까지 하다. 크리스마스 공연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신비로움은 뒤로한 채 무슨 연극인지가 더 궁금한 기다림으로 꽉 차있다. 토요일 마다 성전을 청소하고 의자 하나하나를 손걸레로 닦아나가시는 권사님은 내일 주일은 이 자리가 꽉 차기를 기다리신다.
주님 다시 오실 날을 기다리는 믿음의 선조들은 눈물과 소망의 기다림이셨다.
성탄절이다. 방긋 웃는 미소로 다가오실 아기예수님 기다림으로만 꽉 차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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