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만 목사 [오산교회]
‘용서’라고 하는 말은 참 아름다운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 용서를 실천하기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용서는, 가해자의 몫인가? 피해자의 몫인가? 이 용서가 가해자의 몫이라면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용서는 피해자의 몫이다. 피해자로서 마음의 상처를 갖고 힘들어 고통스러워 함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그 피해자에게 용서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한번 뿐만 아니라, 세 번도, 일곱 번도 아니라, 일흔 번 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지 않는가, 왜 가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하지 않고, 마음 아파하는 피해자에게 용서 하라고 말씀 할까,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럴까, 이 아름다운 용서가 세상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앞선다. 용서가 사라진 세상은 각박하기 짝이 없고, 갑론을박 싸울 수밖에 없는 세상일 것이다. 세상에 아주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얘기 한다. 그렇다면 세상이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더 없이 살기 좋은 세상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수 없이 많은 법아래서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을 살아가며, 매일 같이 생겨나는 법 가운데 갇혀 많은 규제와 규율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가정을 비롯한 수없이 많은 공동체 속에 속하여 살아가고 있기에 그 공동체의 질서를 바로 잡고 서로 간에 행동해야 할 범위가 있기에 규칙과 법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회 공동체의 질서를 잡고 서로 간에 더 좋은 관계를 위하여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인 것이 이 법이라는 것이지만, 그러나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이 법 가운데 너무나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법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용서가 없는 세대가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용서가 없는 세대, 실수를 인정 못하는 세대, 생각 만해도 참 무서운 세상임에는 틀림이 없고, 그 세대의 결과는 정죄와 판단, 그리고 무서운 심판으로 서로를 죽이고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세상이 그런 세상일 것이다. 구약의 사람들은 율법 속에 살다가 죽어 갔으나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은혜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예수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은혜를 베푸심으로 율법이 온전해졌다는 사실이다. 율법은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음이 그 원칙이다.
그러나 그 율법으로는 결코 인간의 삶이 온전해 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 부모가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서도 진정한 부모는 사랑을 전제로 양육하며 때로는 속아주며, 정죄나 판단보다도 더 많이 덮어주고 감싸주며 양육하나, 잘못된 부모는 원칙과 법을 전제로 양육한다면 그 결과는 뻔 한 일일 것이다. 은혜는 언제나 사랑을 전제하고 있다. 아가페의 사랑 그 사랑을 전제로 한 그것이 곧 은혜일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그리스도는 그 사랑으로 말미암아 법과 원칙보다 사랑을 전제한 은혜를 베풀므로 우리를 구원 하셨다. 법과 원칙 속에는 정죄, 판단, 비판, 심판, 보응 등이 도사리고 있지만, 은혜 속에는 사랑을 전제한 용서 긍휼 덮음 관용 자비 등이 풍성하여 모든 삶을 부드럽고 부요하며 풍성하게 이끌어 가는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 세대가 모든 이들이 법과 원칙 속에서 은혜 베풀기를 허락지 않는 현실을 부인 할 수 없다. 법과 원칙을 전제하여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쉽게 판단하여 정죄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한계적이다. 우리 인간으로서 온전은 언제나 은혜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이제 우리는 삶의 걸음을 멈추고 한번쯤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아 자신이 율법을 좇아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를 생각해 보고 은혜의 방향으로 돌이켜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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