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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철 목사 [청지기교회]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을 들자면 ‘정’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정’이란,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이라고 정의되고, 우리나라 말에 “정답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다” 등등으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이러한 ‘정’은 인간미 넘치는 모임을 만들어서 공동체를 강화시키는 좋은 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으로는 인연을 강조한 나머지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치우쳐서 학사 비리, 채용 비리 등의 사회악을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 회기의 국정 농단 사건은 분명 이런 잘못된 폐쇄적인 공동체가 전국적인 영향을 미친 가장 나쁜 예가 될 것 같다.

마가복음 1장과 누가복음 3장에 보면 예수님이 본격적인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는 장면이 나온다. 예수님의 말씀은 권위가 있고 능력이 있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부르시고, 베드로의 장모를 고쳐주고, 계속해서 몰려드는 병자들을 치료해 주었다.

그리고 새벽에는 한적한 곳을 찾아 기도하셨다. 그때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그곳에 계속해서 머물기를 원했다. 그들이 이토록 예수님을 찾았던 이유는 귀신들을 쫓아내고, 병자들을 치료하는 등 압제와 가난, 질병에서 시달리던 이들의 필요가 채워졌기 때문이었다.

제자들의 표현대로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 찾았을 이때에 정에 이끌려서 그들의 청에 그대로 순응했다면 분명 예수님은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들의 청탁을 거절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이 땅에 보냄 받은 목적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본인이 전도하러 왔다고 분명히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예수님의 선택 기준은 ‘좋은가’ 보다 ‘옳은가’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대체로 사람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분위기를 잘 맞추는 사람을 사회생활 잘 한다고 칭찬하기도 한다.

성경도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하라’ 했으니 이 말은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가 빠졌다. 성경은 화평함과 더불어 ‘거룩함’(히 12:14)도 강조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을 때에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평판이나 시선을 너무나 의식한 나머지 ‘화평함’만 좇고 ‘거룩함’을 놓칠 수가 있다. 분명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의견을 거부하고 옳은 것을 추구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가 소금과 빛의 모습을 잃고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지경이 된 이때에 우리에게 부족한 모습은 ‘화평함’이라기보다는 ‘거룩함’인 것 같다.

성경은 분명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한 반면에 ‘온전하고 공정한 저울 추’(신 25:15)를 강조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다.

자칫 좋은 사람이 되려다가 옳지 않은 사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우리 크리스천들은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면 이 모든 것을 더하시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옳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다 보니 ‘좋은 사람’도 되는 이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