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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 교수 [성결대학교]

유난히도 그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문턱에 들어오니 예나 다름없이 4계절의 자연 순환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현상은 어떠한가? 전직 두 대통령이 죄수복을 입고 재판중이며, 드루킹 사건으로 정치권은 비생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고,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듯한 남북한의 화해 무드는 말싸움만 하고 있으며,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은 국제정치와 경제로 총성없는 전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에 한반도 문제 또한 이에 무관치 않는 현 국내외의 어수선한 정치의 현상 속에 우리는 무언가 찝찝하고 초조한 가운데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연일 보도된 몇 사건 중에, 세계적인 항공회사의 모 총수 일가가 벌인 소위 “땅콩 회항”사건과 상당한 근무연한을 가진 직원에게 물 컵을 던진다거나, 모 제약 총수의 ‘욕설파문’과 그룹총수 자녀의 강남 유흥가 폭력 사건, 자기가 사용하는 요강을 씻으라고 요구했다는 등, 우리나라의 소위 가진 자들의 전형적인 갑질 행태이다. 여기에 밀수, 탈세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 우리나라의 최고의 경제적 부유층들은 나와 남, 내 편과 네 편으로 편 가르기식의 인간관계 속에서 내 가족, 내 자식만 잘 살고 잘 먹으면 되고, 남이야 어찌 되든, 나라야 어찌 되든, 자신과 가족의 안전과 풍요만 보장되면 그뿐이라는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생각뿐이다.

이들의 행태에서는 인성교육의 기본인 자제와 배려의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돈이면 다 된다”라는 사고방식에 젖은 한국의 배금주의 풍토와 짓밟혀진 인권을 보면, 중세이전의 계급사회를 연상케 하며, 결국 이들은 가정교육과 개인 정신수양이 중심인 기본적인 교양교육의 실패에 근원을 찾을 수 가 있다.

어디 여기뿐이겠는가?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실세의 편이 되지 못하면 집단 따돌림과 좌절을 맛보아야 하는 독식주의 현실, 소위 출세라는 것도 끼리끼리 학연, 지연 등, 편을 잘 지어야지 그렇지 못하면 루저가 되기 십상이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경쟁력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부패정도가 심한 국가 11개국에 우리나라가 9위로 선정되었다는 비보이다.

만일 사회가 이렇게 흘러간다면 자라나는 세대는 무엇을 배울 것이며, 이러한 일그러진 자화상 속에 어떻게 이들에게 성장하여 나라의 기둥이 되라고 가르치고 기대하겠다는 말인가?

선진국들은 도덕적 불감증과 부정부패 등을 척결하기 위해서 계몽주위 시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사회가 제도적으로 시정하며 지도층은 각자 사회적 지위에 따른 사회적 도덕적 의무를 다하라는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 정신을 주입하고 있으며, 일반국민에게는 최대 다수에게 행복한 사회를 보장받도록 노력해 오고 있다.

특히 최근 미 주간지 ‘US 뉴스 & 월드 리포트’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의 ‘국력(Power)’ 순위에서 한국은 종합 11위로 발표되었으며, 경제규모나 정치적 문화적으로 우리나라는 지구상에 국가의 형태를 띤 200여 나라 중에 5% 안에 든 명실 공히 선진국이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으로서 국격을 높이고 국민들은 선진국 국민다운 품격을 갖추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세계유명대학과 독일의 마크데부르크와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이자 철학자이며,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소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페터 비에리는 그의 저작 [삶의 격]에서 ‘인간으로서 살아야 하는 삶이란 진정 무엇이고, 무엇을 기대하고, 우리가 어떻게 그 기대를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이 물음에서 그는 ‘타인에게 존중받고, 나도 타인을 존중하고,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삶의 형태로서 인간의 존엄성에 최고 가치를 두었다.

또한 그의 저작에서 [페터 비에리의 교양수업]에서 교양이란 ‘다양함에 대한 의지, 남의 것에 대한 존중, 처음에는 우월감을 가졌더라도 곧 그 마음을 거두어 드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것은 바로 인간을 존중하는 것이 품격 있는 교양인의 삶이라는 것이다.

우리 기독교의 품격 있는 신앙인은 누구이며 그 신앙은 어디서 나오는가? 기독교의 품격 있는 신앙인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시119:105)인 주의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고 실천하며,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존중하며 사랑하고 배려하는 사람이요, 이런 품격 있는 신앙인이야말로 품격 있는 교양인의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