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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하늘과 땅은 창조주의 손길이 빚은 화려함이 가득하다. 과수원에는 과일 익는 냄새가 진동하고 높고 낮은 하늘은 형형색색으로 물들고, 그리고 들판은 추수를 기다리는 곡식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향기롭고, 기름지고, 풍성하고, 아름답고, 넉넉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된 것이 결코 아니다. 씨를 뿌리고, 가꾸고, 땀 흘려 다듬은 농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리고 적절한 자연환경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

10월 어느 날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가는데, 부근에 있는 한 빌딩 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걸개그림에 적혀있는 시구였다.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란 시다. 그의 시는 다음과 같이 계속되고 있었다.

“저게 저 혼자 둥굴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게다”

우연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쉽게 되는 일은 없다는 메시지였다. 붉은색으로 익어서 가을을 빛내고 있는 대추 한 알 조차도 절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상 일이 땀과 눈물 없이 되는 일이 어디 있으랴? “내 눈물이 시냇물같이 흐르나이다.” (시 119:30) 한 시인의 독백을 보면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통증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 마라톤 선수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 달리는 자동차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여러 번 느꼈지만 그것을 이기고 정상에 올랐다고 한다.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비밀이다”(롬 5:4)

태풍, 천둥, 벼락 앞에 굴하지 않고 서리 내리는 밤, 땡볕 쏟아지는 날, 불면의 시간을 이겨 이 가을을 빛내고 있는 한 알의 대추는 우리의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