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세웅 목사 [신림동중앙교회 / 본지 논설위원]
한국 사회는 이미 양극화로 접어든지 오래 되었다. 소득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소득 격차가 1년 만에 최악이라는 뉴스를 접하고 있다. 뉴스에는 고소득자가 많은 반면 하위 20% 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132만 원 정도로 1년 전보다 대략 7% 줄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상위 20%의 소득을 가진 가구는 월 평균 974만 원으로 1년 전보다 8.8% 늘었다.
통계에 의하면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5.52배에 달하며, 이 수치는 11년 만에 가장 큰 격차를 가져왔다고 했다. 이를 반증하듯 사회에서 가진 자의 횡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일부 기업 CEO들의 갑질 횡포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듯 부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가 급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우리는 ‘황금만능주의’에 물들어져 “돈이면 다 된다”식의 사고방식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어떤 사태가 발생하고 그 결과를 모두 돈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돈이 최고다”라는 사회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이 사회는 더욱 가진 자들의 사회로 변하고 부자들의 사회적 횡포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 우리들은 손으로 만지면 모든 것이 금으로 변하는 ‘마이더스(Midus)’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M.Sandel)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란 책에서 돈으로 대다수의 것들을 살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시장에서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것 이외에 돈으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거래 만능 시대’를 비판한다. 서로 신뢰하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선물도 상품권이나 현물화가 된지 오래 이고, 돈으로 결혼식 축사는 물론 손님까지 구매대행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인간이 간직해 온 사랑의 감정, 덕스러운 모습까지 돈으로 다 구매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 돈이 가진 엄청난 힘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돈이라는 자본 이외에도 여전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 도덕, 윤리, 규범 그리고 인류애와 같은 감정은 돈으로 구매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영역까지 돈의 힘이 미치고 영향을 초래할지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성경에서는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 6:24)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재물이 가진 힘에 의해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빼앗길 것을 염려하여 당시 예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기지 못한다고 했다.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우리는 지금 누구를 섬기고 있는 것일까? 하나님과 재물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할 때이다.
칸트(I. Kant)는 “인간을 결코 수단이 아닌 반드시 목적으로 대우하라”고 했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기에 우리는 자산으로 사람의 지위를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은 평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예수는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중요한 계명을 우리에게 던졌다. 이는 예수의 평등사상을 구현하고 타자가 나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명시한 대목이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지금 타자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돈을 적게 가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
“돈이 곧 힘이라”는 배금주의 사상에 물든 사회에서 우리는 돈을 주인으로 삼고 또 다시 그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억압하는 구조에 대해 예수의 평등사상에 대한 가르침이 절실해 보인다.
예수는 가난하고 아픈 자를 먼저 돌봐준 인류애를 실천한 인물이었다. 예수는 부자의 욕심을 경계하고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한 자들과 나눠야 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삶을 부자들에게 요청했다.
예수 그리스도 또한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존중하고 그 사람을 ‘목적 그 자체’로 대우하면서 그들을 대해 주었다. 한국 사회,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안주만 할 수 없게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와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의 모습 그 자체이며, 인류애, 사랑, 희망 그리고 믿음의 가치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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