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경 목사 [반월전원교회]
동거(同居)하는 삶이란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함께 동거한 젊은 남녀의 유통기간이 3년이다. 더 함께하고 싶으면 부부가 되어서 평생을 살 것이다. 하지만 부부가 되어 평생을 살아오던 사람들이 부부의 연을 뒤로하고 황혼에 이혼하는 사례를 보면 인간의 동거는 매우 힘든 것임을 말해준다. 동행(同行)은 가능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교회라는 울타리에서 신앙의 본질(本質)을 함께 공유하면서 평생 섬김으로 동사(同事)하기를 40년 가까이 한 성도들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신이 내려주신 축복이요, 천국백성의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공동체가 무너지는 한계를 드러낼 때마다, ‘교회라는 신앙공동체’가 영속할 수 있는 것은 함께 가는 방향이 오직 천국, 그 동질(同質)이 같기 때문이다.
누가복음 15장의 탕자비유가 있다. 아버지는 집을 나간 자녀가 돌아오기를 평생 기다리면서 살다가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보고 너무나 좋아 모든 것을 공급할 뿐 아니라 함께 영원히 동거(同居)하기를 원한다. 이는 분명 우리들의 부모님, 존경하는 스승님 그리고 선배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며, 하나님 아버지의 본질임에 분명하다.
눈 오는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아침에 눈길을 헤치며 사무실로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에 뒤를 돌아보니 자신의 어린 아들이 어색한 걸음으로 뒤뚱거리며 뒤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을 따라오는 아들에게 “얘야 뭐하고 있는 거니?”하고 물었다.
그러자 아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아빠 발자국을 따라가는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아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아버지는 아들의 한마디 “아빠의 발자국을 따라 걷고 있어요.”라는 대답이 자꾸 마음에 맴돌았던 아버지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닫고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아버지 하나님, 우리 아이가 제 발자국을 따라 나를 따라 걷고 있다면, 부디 제가 올바른 발자취를 남기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한 해를 보내며 새해에는 우리의 발자취를 따라 자녀들이 걷는다면 괜찮은지 생각해 보면서... 함께 동행, 동거하기를 원하며 따라오는 자녀, 후배들에게 우리들은 어떤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가? “나를 따라오너라.”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는가? 오직 한분 참 사람 되신 예수 그 한분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네들의 삶을 회상하면 바보처럼 살았다오. 주님을 따라 살기를 노력했지만 한계를 느낄 뿐 아니라, 주님을 똑바로 따랐노라 주장했지만 실수투성이 뿐인지라 “아들아! 아버지의 뒤를 따라오지 말라. 너는 오직 주님을 따라가렴.” 이런 조언을 할 수 밖에 없는 죄인들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오늘도 십자가를 지고 걸으신 주님의 발자취를 따른다면 지금 걷고 있는 모든 걸음걸음이 우리 자녀들과 후배들이 따르고픈 아름다운 믿음의 걸음이 될 것이다.”라는 그 믿음만은 고이 간직하고 살아가노라.
새해 희망이 있다. 지금도 우리들과 동행하며, 동거하기를 원하는 분이 계시기 때문이다.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15:7) 하시는 그 분만이 우리들과 영원히 동거하기를 원하신다. 바로 그분의 본질은 사랑이며, 영원함이며, 그리고 침묵으로 용서하시며 동행하신다.
성도들이여! 희망을 품자. 동행할 자 없고, 동거하고자 하는 자 없는 요즘 사람들의 이기적 편리함을 추구하는 개인들의 군상 앞에, 탕자처럼 버려진 존재들의 희망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동행과 동거의 본질을, 오직 사랑으로 들어내는 그 분의 모습을 뒤따라가려고 오늘도 다시 믿음으로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는 동행인(同行人)이 함께 하기에 우리들은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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