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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모 목사 [산마루교회]

얼마 전에 이스라엘에 다녀왔다. 그것도 한 달여의 기간을 혼자서 여러 곳을 볼 수 있었다. ‘예수의 일생’에 대한 장편 소설을 쓰고 있는데 주님의 흔적을 더 느껴보고자 간 것이다. 기간 중 예루살렘 성에 몇 번 갔는데 그때마다 ‘서쪽 벽(Western Wall)’을 들렸다.

헤롯 성전의 서쪽 벽으로 서기 70년 로마의 티토 장군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성전이 불탈 때 남은 흔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이 서쪽 벽이다. 유대인들이 이 벽에 엎드려 기도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도 때론 통곡하면서 간절하게 기도한다. 그런 탓에 ‘통곡의 벽’이라 부르기도 한다.

무슨 기도를 이렇게 간절하게 할까. ‘성전의 회복’이다. 솔로몬 시절의 영화와 헤롯 때의 영화를 회복하여달라는 간절함이다. 이들은 이미 ‘제3성전’의 설계도도 준비해놓고 있다. 솔로몬 성전과 헤롯 성전에 이은 성전을 말이다. 언젠가 성전산 위에 있는 이슬람 사원을 대체할 자신들의 성전을 세우려고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다.

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성전의 실체이신 그리스도가 이미 오셨는데 말이다. 그림자는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지 않나? 모델 하우스 역시 완성된 아파트를 보여주려고 지은 것이 아닌가? 오죽하셨으면 모델 하우스를 부수도록 허락하셨을까 싶다. 우리 안에 오셔서 새로운 성전을 지어가시겠다고 선포하시는데도 여전히 옛것을 붙잡고 있는 저들이었기 때문이다.

복(福)이라는 단어보다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있을까 싶다. 잘살고 싶은 마음의 바람이 바로 복이다. 경제적 윤택함 속에 안락함을 누리고 싶은 바람이 있다. 좋은 집과 좋은 차를 다 선호한다. 높은 지위에 올라 명예도 성취하고 싶은 거다. 다른 사람의 박수를 받을 때처럼 황홀하게 하는 때가 있을까 싶다. 스타(star)를 소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땅에서 하늘의 별처럼 살고 싶은 바람이 강렬하다.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이 말이다.

부귀영화(富貴榮華),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다. 명예도 사고 건강도 찾고 즐거움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야말로 맘몬(Mammon)이 곳곳마다 삶의 자리를 다 차지했다. 문제는 교회 안에 들어온 맘몬이다. 열매의 개념도 갈아치운 지 오래다. “교회 다니면서 열매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복을 받았느냐는 질문이다. 마치 교회 안에 들어오기 전에 서낭당에서 빌던 그 복이다.

오죽하였으면 산상수훈에서 주님이 먼저 복에 대하여 언급하셨을까 싶다. ‘심령이 가난한 자가 받는 천국의 복’이다. 천국의 주인이신 주님이 마음 땅을 다스리시는 복 말이다. 결국엔 마음 땅에 맺어지는 열매인데 말이다.

복의 실체이신 그리스도로부터 맺어지는 열매이다. 곧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의 열매들이다. 이런 열매야말로 영원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거짓 선지자를 ‘열매’로 분별하시겠다 하시지 않는가? 결국, 보이는 열매인가 아니면 마음의 열매인가가 ‘참 복음’과 ‘다른 복음’의 차이다.

‘다른 복음(고후 11:4)’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오늘날도 보이는 현상(現狀)을 붙들고 살아가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그 허상을 이루기 위해 통곡하는, 우리 역시 주님의 아픔은 아닌가 싶은 거다. 지금도 ‘성전주의’의 거센 바람이 그칠 줄 모른다. ‘기복신앙’이 ‘번영신학’과 짝을 이루어 만들어낸 허상이다. 허상이 크고 강렬하면 본질(本質)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어두워야 보고자 하는 영상이 선명하게 보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