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혁 목사 [장자교회]
명성교회의 세습으로 인해 교계는 물론 나라 전체로 교회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해 있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은 개신교인 900명, 목회자 100명 등 총 1,000명에게 교회 세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교인 50.9%, 목회자 49.2%가 ‘어떠한 경우에도 인정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반면, 교인 42.6%, 목회자 47.9%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선정했다면 인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달리 말하면, 교인 93.5%와 목회자 97.1%는 절차와 규정을 지키지 않은 세습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각 교단별로 교회 세습에 대한 인식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습은 세습 금지법이 있든 없든 교단을 가리지 않고 편법적으로 계속되는 추세다. 직계세습, 사위세습, 지교회세습, 징검다리세습, 다자간세습, 교차세습, 동서간세습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그런데 대형교회들의 세습에 가려져 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바로 작은교회 목회자들의 은퇴 문제다. 라이너 목사는 교회에 불어올 10가지 일들을 예견하면서 두 번째로 ‘베이비 부머세대의 은퇴 위기’를 말하며 후임자 계획을 가지지 못한 교회의 문제를 지적했다. ‘후임자 세우기’라는 측면에서는 얼핏 같은 문제처럼 보이고 별반 다르지 않은 고민으로 보이지만 분명 다르다. 대형교회 내지는 규모가 제법 있는 교회는 후임자를 세우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작은교회 특히 상가에 있는 미자립교회는 후임자를 세우고 싶어도 세울 수 없는 형편인 교회들이 대부분이다. 정년은 다가오고 은퇴는 해야 하지만 후임자가 없어 교회 폐쇄를 가슴 아프게 고민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우리 교단의 경우 세습에 대한 반대 조항은 없다. 현행법으로는 만 70세가 되면 은퇴해야 한다. 후임자가 없을 경우 교회를 폐쇄해야 한다. 교회를 폐쇄하는 것이 목회자의 입장에서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을 섬겨온 교회가 하루아침에 없어지고 성도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목회의 마지막이 영광이 되고 보람이 되어야 하지만 그 반대다.
교회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오롯이 홀로 짊어져야 한다. 어찌 보면 또 다른 죄책감을 떠안아야 한다. 개인적인 입장뿐만 아니라 교단의 입장에서 볼 때도 문제가 된다. 교회 수가 줄어들면 자연히 교단의 힘이 약해지고 교단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은퇴 문제와 후임자를 세우는 문제에 있어서 대형교회 내지는 일정 규모를 갖추고 있는 교회와 미자립교회를 묶어서 함께 보는 것은 제고되어야 한다. 대형교회나 일정 규모를 갖추고 은퇴하는 교회들이야 교회에서 매달 생활비를 지급해 주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다. 여가생활을 하면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미자립교회의 경우는 다르다. 은퇴하면 갈 곳이 없다.
할 것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갈 수 없고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나마 교회를 맡아 목회를 하고 있을 때는 담임목사라는 정체성이라고 가지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사라지고 없어진다.
각 감찰회나 지방회별로 후임자 없이 교회를 폐쇄하지도 못하고 목회현장을 지키고 있는 목회자들이 있다.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 그들이 더 이상 죄책감 내지는 교단 법을 어기고 있는 사람이라는 불법적 낙인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후임자 없이 떠난 목회자란 또 다른 오명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대형교회나 규모가 있는 교회에 가려 지난 세월 힘들게 목회했을 그들을 위한 교단적 배려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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