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현 목사 [안성중앙교회]
반구십리(半九十里)란 말이 있다. “백 리를 가려는 사람은 구십 리를 반으로 여기라”는 뜻이다. 이 고사는 전국책(戰國策)에 나온 진시황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진왕은 강력한 군대와 능란한 외교력을 통해 마침내 전국시대 일곱 개 나라인 전국칠웅 중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가 되었다.
나머지 여섯 나라는 진나라가 갈수록 강대해지는 것과는 반대로 갈수록 약소국으로 전락해 갔다. 이제 천하통일도 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진왕의 마음도 느긋해 지게 된다. 그래서 정사를 모두 재상에게 넘기고는 자신은 향락을 즐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 90세가 다 된 노인 한 사람이 진왕을 찾아왔는데 예사롭지 않은 용모에 진왕이 긴장하면서 물었다.
“노인께서는 백리 떨어진 곳에서 오셨다 들었습니다. 오시는 동안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소인이 집을 출발해서 구십 리를 오는 데 딱 열흘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열흘 동안 십리 길을 걸어 어렵사리 도성에 도착했습니다.”
진왕이 웃으며 “처음에 열흘 동안 90리를 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째서 나머지 10리 길을 오는 데 열흘이나 걸렸습니까? 계산을 잘못하신 것 아니십니까?”
노인이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에는 열심히 걸어서 열흘 만에 90리 까지 올 수 있었지요. 이제 다 왔다 생각하고는 좀 쉬고 나서 걷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10리 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길이 더 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무진 애를 써서 열흘이나 걸려 마침내 도성에 도착했답니다.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90리 까지 온 것은 거의 다 온 것이 아니라, 딱 반을 온 셈이었습니다.”
노인이 말합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 진나라의 천하통일 대업은 90리를 온 것과 같습니다. 대왕께서 이미 이룬 성과가 크다 하나, 그것은 이제 겨우 반을 이룬 것일 뿐입니다. 나머지 반을 위해서는 더욱 긴장하고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나머지 10리 길이 더욱 힘들고 어려운 길임을 명심하셔야합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行百里者半九十(행백리자반구십)이다.
우리 인생의 삶들이 대체로 이런 듯싶다. 이만하면 되었지? 하는 자만이 고개를 내미는 순간부터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성도의 시험 중 가장 큰 시험이 무엇인줄 아는가? 바로 형통의 시험이다. 살다가 어렵고 힘들 때가 닥칠 때는 슬그머니 새벽제단도 쌓고 기도도 열심히 하는 듯 했는데 문제가 해결되고 형통이 삶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에 대해 감사를 잊을 때가 많이 있다. 김종순 님이 쓴 시 가운데 <새순이 돋는 자리>라는 시가 있다.
「새순은 아무데나 고개를 내밀지 않는다 / 햇살이 데운 자리 이슬이 닦은 자리 / 세상에서 가장 맑고 따뜻한 자리만 골라 / 한 알의 진주로 돋아난다.」 이사야 4장 2절에 ‘여호와의 싹’이란 말이 나온다. 히브리어로 싹이란 ‘체마크’인데 새싹, 새순, 새 생명을 상징하며 궁극적으로 메시야를 말한다.
새싹은 햇살이 데운 자리에 그리고 이슬이 닦은 자리에 나는 것처럼 풍상을 겪고 삶의 질곡을 통해 햇빛도 쪼이고 이슬도 내린 그런 자리에 한 알의 진주로 태어나리라. 감사의 절기에 생각해 본다. 나는 감사의 목적지에 몇 리나 와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남아 있는가?
성경 빌립보서 3장 13절부터 14절에 이렇게 말씀한다.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르심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주님의 은혜에 목마른 신앙인이 되자. 그리고 다 이루었다 자만하지 말고 감사의 마음으로 충성을 다하는 성도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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