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 목사 [예미향교회]
인문학적으로 지혜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 지혜란 이치를 빨리 깨우치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다. 비슷한 의미의 용어로는 ‘현명함’, ‘슬기로움’, ‘통찰력’ 등이 있다. 그러나 보다 더 개념적으로 생각해보면 그것은 인간의 합리적이고 총체적인 생각의 작용인 것이다.
인간의 지혜는 사람이 동물과 다름을 구분해주는 결정적 영역이다. 동물은 생존본능에 의해서만 반응하고 행동한다. 먹이 있을 때 반응하고 생명의 위험이 닥칠 때 반응한다. 또한 생육번성을 위해서 반응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다. 생각의 원동력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욕구이고 생각의 작용이 지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생명 본위의 긍정적 측면의 생각의 작용이요 내용인 것이다.
근원적으로 왜 인간은 지혜의 존재인가?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7)의 말씀대로 인간은 하나님 형상을 닮은 존재로 창조되었다.
이는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을 닮은 존재를 낳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은 아버지이시고 인간은 그 아버지를 닮은 아들인 것이다. 그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가 인격인 교제가 가능한 관계이다. 즉 인간의 형상과 하나님의 형상은 피조물과 창조주의 차이를 지녔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동질성을 지녔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중 하나님의 지혜의 형상도 닮은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하나님이 계시하시는 뜻을 이해하고 깨닫고 따르는 유일한 존재인 것이다.
하나님의 지혜의 형상은 태초부터 어떤 일을 행하셨는가? 먼저 잠 8:22-31을 보면 인간이 닮은 하나님의 지혜의 형상 곧 ‘지혜’는 하나님의 조화의 시작 곧 태초에 일하시기 전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그리고 그 지혜는 창조자가 되어 모든 것 즉 물질세계와 생명세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 모든 것을 창조 하셨다. 그러므로 지혜는 단순히 지성적이거나 똑똑하게 살게 하는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능력 자체이다.
인간의 지혜와 하나님의 지혜는 무엇에 담겨 드러나고 소통하는가? 일찍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했다. 이 존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생명의 존재이다. 생명존재의 생각의 작용 곧 지혜는 언어라 수단을 통해 드러난다. 말은 인간의 지혜를 드러내고 소통하는 수단이다.
그리고 그 언어는 글이라는 기호에 담겨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언어와 글을 이해하는 존재에게 전달된다. 그래서 우리는 ‘고전’을 통해서 고대인들의 지혜와 교훈을 배운다.
창세기 1장에는 하나님의 지혜가 천지만물을 창조하심을 ‘이르시되’ ‘말씀하시매’라는 표현으로 나오는데 이는 하나님의 지혜가 ‘말’ 존칭어 ‘말씀’하셨다는 라는 옷을 입은 표현이다. 이는 우주 생성 이전의 초월적인 지혜가 인간이 이해되는 말의 옷을 빌려 나타난 것이다.
고로 지혜의 본체는 하나님이시다. 이 지혜는 전능한 창조의 능력이다. 이 지혜는 전지전능한 창조의 계획이요 창조의 과정이며 창조의 완성이다. 하나님의 말씀, 계명, 율법, 법도, 율례, 규례는 하나님의 생각의 뜻, 곧 하나님의 지혜의 여러 측면을 언어의 집에 담은 표현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고백한다. “주의 계명들이 항상 나와 함께 하므로 그것들이 나를 원수보다 지혜롭게 하나이다. 내가 주의 증거들을 늘 읊조리므로 나의 명철함이 나의 모든 스승보다 나으며 주의 법도들을 지키므로 나의 명철함이 노인보다 나으니이다”(시 119:98-100.)
지혜 측면에서 우리 인간은 빈 깡통으로 태어나기에 한 평생 하나님의 지혜의 말씀으로 양육되어야 완성되는 인생이다. 본래 아담은 하나님의 지혜의 형상을 닮은 완전한 지혜의 존재이었다. 창조주를 알고 자신을 알며 모든 만물을 알아 다스리는 완전한 지혜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후손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완숙한 지혜를 지닌 존재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혜의 기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어린 아이의 지능과 어른의 지능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즉 인간이 한 평생 배우고 정상적으로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서 지혜도 자라가는 것이다.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눅 2:52). 태어남과 성장을 통해 인간이 하나님의 지혜의 형상을 완성해가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의 연속성이다. 그래서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잠 9:10).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지혜를 삶에서 창조적으로 풀어내는 존재이다. 인간의 참 지혜란 하나님의 원초적인 지혜를 품어 우리의 믿음과 품성과 지성을 오늘 우리의 상황 속에 창조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실천적 능력이다. 그리고 그 지혜는 창조인 인생을 살게 하는 지혜인 것이다.
우리 생명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한 지혜는 이미 에덴의 낙원을 준비해 주셨듯이 현재에도 “지혜는 그 얻은 자에게 생명나무라 지혜를 가진 자는 복되도다”(잠 3:18)하셨다. 지혜는, 그것을 얻는 사람에게는 생명의 나무로 자라서 풍성한 열매를 맺음을 의미한다. 그 열매는 지상에서의 생명의 풍요로움, 생명의 장수, 생명의 평강, 은총을 입는 생명, 귀중히 여김 받는 생명, 골수까지 윤택해지는 생명의 건강을 누리 도록하는 지혜다.
결국 영원한 생명의 열매를 맺는 지혜다. 시편 1:2-3절을 이렇게 번역이 가능하다. ‘오직 여호와의 지혜를 담은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지혜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사람이다. 그 지혜의 법을 밤낮으로 품고 사는 사람은 마치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지혜로 행하는 모든 일은 반드시 형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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