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민 목사 [한우리교회]
주일학교 때부터 지도하던 아이가 늦은 나이에 신학을 시작했습니다. 자신은 설교가 너무 하고 싶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교사로 오래 재직했고, 지금껏 안정적인 삶을 잘 살아왔는데 뜬금없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설교가 너무 하고 싶다는 그에게 설교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은혜로운 설교를 했습니다.
저를 평생의 스승으로 아는 그에게 짧은 편지를 썼습니다. 이제 그도 나와 같은 설교자가 되었으니 동병상련의 마음을 그 편지에 담았습니다. 위대한 설교자를 꿈꾸는 그에게 쓰는 편지이고, 변두리 구석진 곳에서 몇 안되는 성도들을 향해 20여년 넘게 설교하고 있는 저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지난주일 설교는 은혜로웠다. 내용도 좋았지만 특히 분위기가 그랬다. 성령의 인도하심이 없는 부르짖음은 신파가 되기 쉬운데 지난 주일에는 분명히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을 만지심을 느꼈다. 지난주일 밤에 김oo 권사님이 돌아가셨다. 어제그제 장례를 치르고 예배를 인도하면서도 네 설교가 많이 생각났다.
교회에 새로 나오기 시작한 이oo 성도가 네 설교에 은혜를 받았다고 한다. 이분은 신앙 이력이 별로 없는 분인데 너와 말씀의 분위기가 맞는가보다.
다음 설교도 잘 준비해라.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삭제하고, 주께서 하고자 하시는 말씀을 악착같이 첨가해라. 그것이 설교다. 자기 자랑이나 연설이 아닌 설교...
설교는 내가 할 자리를 찾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주께서 세우시는 곳 어디에서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교의 자리를 마다하지 마라. 설교할 자리를 고르지도 마라. 부탁받은 그곳이 네가 설교할 곳이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너의 설교를 들어야 할 사람들이다.
내가 네 설교를 많이 칭찬 하는데, 그것이 너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마라. 나는 그저 내가 받은 은혜를 솔직하게 피드백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도 그런 피드백을 네게 줄 수 있겠지만, 그것에 연연해하지는 마라. 설교 후 회중들의 반응에 목마른 것이 설교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바고, 설교 후 자괴감에 빠지거나 혹은 자만심에 빠지는 것이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바다.
설교는 그저 선포하는 것이고 그 후는 회중들의 몫이다. 그 말씀을 받거나 외면하거나, 그 말씀대로 살거나 아니거나, 그것은 모두 회중들이 결단하고 선택할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 회중들은 말씀을 외면하거나 자기 마음에 드는 것만 선택 한다. 그래도 속상해 할 필요는 없다. 회중들은 사도들의 설교에도, 심지어 예수님의 설교에도 그렇게 반응했다.
내가 아무리 설교를 잘한다 해도 사도들이나 예수님보다 잘할 수는 없다. 그런데 설교자들은 가끔 자신을 사도들이나 예수님보다 대단하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자기 설교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사람을 못 참아 한다. 참 교만한 일이다. 너나 나나 겸손한 설교자가 되자.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주께서 말하고 이끄시는 대로 듣고 순종하는 것을 연습해라. 나도 기도로 네 설교를 돕는다. 좋은 설교자가 되라!
추신) 나는 네가 설교자가 되겠다고 작정한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이었는지를 깨달을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예레미야를 어떻게 인도 하셨는지, 이사야와 세례 요한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그것을 다 알고도 설교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설교자는 부르심으로 되는 것이고, 그 부르심을 소명이라고 한다. 주께서 너를 좋은 설교자로 세우시기까지 내 역할도 있을 텐데 나는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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