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지 목사 [김해양문교회]
지금은 포르투칼의 수도가 되어 있지만 한 때 스페인령에 속해 있던 리스본이라는 항구도시가 있었다. 그 항구도시의 끝에 큰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이 바위에 “여기가 끝입니다. 이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라는 말이 쓰여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492년에 한 사람이 이 항구에서 조그만 배에 오르면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이 바위에 새겨진 글은 사실이 아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 너머에는 위대한 희망의 세계가 있다.” 이 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탐험가 콜롬부스이다.
15세기말에 유럽남부는 두 차례에 걸친 커다란 지진을 겪었고 콜레라와 페스트가 휩쓸었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은 깊은 절망 속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때 절망을 거부하고 희망의 항해를 출범시킨 사람이 바로 콜롬부스였다. 그는 마침내 그 광활하고 위대한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이것은 우리 삶에도 마찬가지이다. 요즘처럼 국가적 위기와 갈등 속에서 우리는 모든 것의 한계를 느낀다. 우리가 어느 날 절망의 골짜기에 떨어지게 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토록 믿었던 사람이, 그래도 한 때 존경했던 사람에게서 절망을 느낄 때 우리는 그렇다. 또한 갑자기 다가온 어려움과 위기 앞에서 우리는 한계상황을 느끼며 답답한 심정을 갖게 될 때 우리는 역사의 주권자이신 하나님을 바라보게 된다.
요즘 예레미야 애가를 묵상하면서 예레미야선지자의 마음에 동감한다. BC 587년경의 일이었다. 하나님의 도성인 예루살렘이 바벨론제국의 공격으로 초토화되고 당시 남유다왕 시드기야는 두 눈이 뽑힌 채 적군의 손에 붙잡혀 갔으며 수많은 젊은이들은 모두 노예가 되어 적국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유대 민족은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졌다. 앞을 보아도 절망, 뒤를 보아도 절망, 좌우 옆을 보아도 절망, 어디를 보아도 연달아 절망뿐이었다. “세상에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이럴 수가 있을까?” 하나님에 대해서 절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모든 소망이 다 끊어진 절망 속에서도 예레미야 선지자는 한 가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님을 향한 기도였다.
절망했지만 그의 기도는 계속되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도를 하다 보니 하나님의 본심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절망에 빠진 백성들에게 외쳤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행위들을 조사하고 여호와께로 돌아가자 우리의 마음과 손을 아울러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들자”(애 3:40-41). 이런 때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는 것이다. 잘못된 부분을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께 우리의 마음과 손을 들자고 외친다. 손을 든다는 것은 회개한다는 의미이다. 지난날의 잘못을 회개하고 하나님께 자신의 삶을 내어 맡긴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권면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인자와 긍휼 때문이다. 하나님의 인자와 긍휼하심 때문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계속되는 기도 속에서 예레미야는 희망의 줄을 한 가닥 붙잡는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애 3:22-23). 그는 깊은 기도를 통해 희망의 줄을 붙잡았다.
그 희망의 줄이 무엇이었나? 하나님의 인자와 긍휼이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곧이어 “내가 여호와 하나님을 바라리라”(애 3:24)라고 외친다. 그런 절망 속에서도 예레미야는 하나님이 희망의 근거였다.
오늘 우리에게 다가온 혼돈과 고통, 이런 모든 어둠속에서 먼저 나 자신을 깊이 돌아보고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자. 그리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자.
“내가 여호와 하나님을 바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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