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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 목사 [사론교회]

지난 6월 28일(주일) 우리 교회에 최고 고령이신 권사님께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다. 내가 부임해 온지 만 4년 만에 맞이하는 장례예식이었다. 부임한 4년간에 2번의 결혼식과 1번의 임직식이 있었지만 너무나 기쁘고 축복의 행사였기에 그다지 큰 부담이 되거나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잘 마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금번에 맞이한 권사님의 소천은 부임 4년차를 맞이한 담임목사인 나에겐 부임하면서부터 부담을 갖고 있었던 일이었기에 걱정을 많이 했던 사건이었다. 소천하신 권사님은 은퇴하신 원로목사님과 교회의 시작인 개척부터 30여 년을 신앙생활을 하신 권사님이고 항상 교회가 어려울 때 마다 마른 땅에 단비와 같이 큰 도움을 주신 권사님이었다.

더군다나 교회장으로 치루는 첫 성도의 장례예식이기에 잘 치러드려야 하는 것이 담임목사인 나의 소임으로 큰 부담이 되었다. 올해 초부터 권사님의 몸의 상태에 이상이 생기며 응급실에 자주 실려 가시게 되었다. 날마다 제단을 쌓으면서 성도들을 위해서 기도수첩을 꺼내놓고 기도를 한다.

여러 가지 상황에 처하여 있는 성도들과 그 가정을 위해서 기도를 하며 늘 영육간에 강건함을 위하여 기도를 한다. 물론 돌아가신 권사님을 위해서도 늘 기도에 쉼을 가지지 않고 기도했다. 늘 영육간에 하나님의 부르시는 그날까지 강건하기를... 어쩌면 담임목사의 직업병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무릎을 꿇으면 자동적으로 성도들의 기도가 나온다. 그러나 절실함과 진정함과 긴박한 기도는 하나님의 때가 현실감으로 느껴질 때 하게 된다.

권사님에 대한 기도의 자세가 바뀐 시점이 바로 이때 올 해 초부터이다. 그 때부터는 기도할 때 ‘하나님 어떻게 하여야 담임목사로서의 직업병처럼 형식적으로 보내드리지 않고 진실 되게 권사님을 보내드릴 수 있을까요?’하는 담임목사로서의 정직한 하나님께 대한 물음을 갖게 되었다. 또한 올해 초부터 책상에는 항상 장례식서가 놓여 있어서 시간이 날 때 마다 들여다보았다. 여러 예식서가 있었지만 내용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7개월째를 그렇게 예식서를 보았으니 지식으로는 모르는 게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하나님께 물은 어떻게 하면 형식이 아닌 진실로 이 예식을 치룰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답을 얻지 못했다. 올 초에 응급실에 실려 가신 뒤로 부터 권사님께서는 주일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교회를 나오지 못하셨다.

그래서 그때부터 시간이 될 때 마다 권사님을 찾아뵈었고 예배도 드려드리고 늘 들으실 수 있도록 찬송 CD를 구입하여서 들려드리고 여러 가지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코로나19가 오면서 우리교회도 영상예배를 시작하였기에 핸드폰과 TV를 연결하여 영상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기도 하였다. 그러는 중에 하나님께 드렸던 나의 기도에 답을 찾게 되었다.

바로 ‘친숙’이었다. 자주 찾아뵙고 만나고 교제하다 보니 서로를 알게 되고 권사님은 이제 영적인 인도자로서 어린 목사인 나를 인정해 주었고 담임목사인 나는 언제부터인가 권사님을 ‘사랑하는 성도, 사랑하는 권사님’으로 진심으로 부를 수가 있게 되었다. 지난주에 권사님의 소천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나는 ‘사랑하는 권사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장례의 일정을 형식이 아닌 하나님 앞에서 진실 되게 권사님을 보내드렸다.

최근에 개인적 체험을 통하여 우리의 신앙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하나님과 하나님의 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또한 이웃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형식이 아니라 진실이 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친숙’인 것이다.

하나님을 만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하나님의 일과 관계를 갖으려고 열심을 내며 우리 주변에 있는 이웃을 끊임없이 찾아가고 대화하고 교제하는 가운데 서로를 알아가게 되고 그 앎을 통하여 친숙이 생기고 친숙이 있는 곳에 사랑이 시작되면서 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형식이 아닌 진실된 모습을 바뀌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진실은 세상을 아름답게 변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