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민 목사 [한우리교회]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책 ‘총, 균, 쇠’에서 인류 역사는 총과 쇠를 선점한 민족이 주도했고, 특히 의도치 않았던 전염병(균)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고 했다. 실제로 역사의 전환점에 전염병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14세기 중반에 흑사병이 돌아서 유럽 인구의 1/3이 죽었다. 15세기에는 유럽에서 전파된 천연두로 인해 아메리카 원주민 1/3이 죽었다. 1812년 러시아 정복에 나섰던 나폴레옹의 군대 50만을 전멸시킨 것은 발진티푸스와 참호열이라는 전염병이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선 현종 때에 전염병이 창궐하여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전염병(균)으로 인해 역사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성경도 전염병에 대해 아주 많이, 그리고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성경에서 전염병은 전쟁, 기근과 함께 3대 재앙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전염병은 피해가 컸다. 이스라엘이 싯딤에 있을 때 염병이 돌아 2만 4천 명이 죽었다(민 25장).
다윗 왕 때에는 이스라엘 전역에 전염병이 돌아 사흘 만에 7만 명이 죽었다(삼하 24장). 히스기야 왕 시대에 예루살렘을 포위했던 앗수르 군대 18만 5천 명이 하룻밤 사이에 죽은 것도 앗수르 진영에 전염병이 돌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학자들이 많다.
교회사에도 전염병에 대한 기록이 있다. 주후 165년과 251년에 로마제국에 거대한 역병이 돌았다. 천연두로 여겨지는 이 역병으로 인해 로마제국 전체 인구의 1/3이 죽었다.
주후 251년에는 로마의 한 지역에서만 하루에 5천 명 씩 죽기도 했다. 당시 역병으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지 알렉산드리아의 주교였던 디오니시우스는 ‘모세 시절의 이집트처럼 집집마다 한 명씩만 죽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고 탄식할 정도였다. 로마제국 전역에 전염병이 돌고 그로인해 어떤 사람이 감염 되었을 때 그와 가장 가까운 가족들부터 그에게서 멀리 도망을 쳤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은 죽기도 전에 거리에 버려졌고, 매장하지 않은 시신들은 흙처럼 취급되었다. 그런데 그들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초기 교회의 성도들이다.
초기 교회의 성도들은 역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찾아가 끝까지 간호했고, 역병으로 죽은 사람들을 매장하기 위해 자기들의 사비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학자인 로드니 스타크는 ‘초기 기독교가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로마 제국에 있었던 두 차례의 무서운 역병에서 보여준 기독교인들의 헌신과 사랑이 원인’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당시 기독교 인구는 로마제국 전체 인구의 0.4%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들의 사랑과 봉사가 로마제국 전체를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지금 우리도 전염병과 싸우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코로나19는 역대 가장 글로벌한 전염병이다. 아시아와 유럽, 남미, 북미와 아프리카까지 코로나19가 발발하지 않은 곳이 없다.
피해도 크다. 7월 19일 09시 기준으로 14,132,718명이 감염되었고, 그중 599,550명이 죽었다.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는 하루에 수천 명씩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있다. 국가 간 왕래는 중단됐고, 특히 교회는 기본적인 모임조차 위협받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가 교회를 차별하고 핍박한다는 소리도 크게 들린다.
돌아보면 전염병은 모든 시대에 있었고, 그때마다 피해도 컸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류가 극복하지 못한 전염병은 없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될 것이고, 코로나19가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은 때가 올 것이다. 문제는 그때까지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다. 지금은 교회가 권리를 주장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권리와 특권을 내려놓고 희생과 봉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할 때다. 교회는 코로나19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이를 위해 움킨 손을 펴야 한다.
교회 안으로만 향했던 시선을 교회 밖으로 돌려 최선을 다해 세상을 섬겨야 한다. 코로나19는 모든 사람에게 위협이지만, 코로나19는 교회를 향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돌이킬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복음으로 세상에 다가설 좋은 기회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는 하나님께서 교회에 주신 선한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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