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수 교수 [성결대 공연음악예술학부]
‘필라델피아’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젊고 유망한 변호사 앤드류 베켓(톰 행크스)는 에이즈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속된 법률회사로 부터 해고를 당한다. 그는 해고의 부당함과 싸우기 위해 유명한 변호사 죠 밀러(덴젤 워싱턴)를 찾아가 변호를 부탁한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죠 밀러 변호사는 흑인인 자신과 동성애자인 앤드류가 사회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부당한 차별에 대해 공감하게 되고 결국 변호를 받아들이면서 싸워나가는 내용이다. 미국의 도시명인 ‘필라델피아’는 인간의 평등한 권리를 선포한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곳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으로 채택되었는지 모른다. 영화 후반부, 앤드류가 좋아하는 마리아 칼라스의 ‘La Mamma Morta’(어머니가 죽으셨네)가 나온다. 이 곡은 이탈리아 작곡가 움베르토 조르다노가 작곡한 오페라 ‘안드레아 세니에’에서 나오는 소프라노 아리아다. 오페라의 제목인 ‘안드레아 셰니에’는 18세기 후반의 프랑스 시인의 이름이며 프랑스혁명 당시 그의 사실적 내용이 여기에 담겨있다.
영화에서,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앤드류는 수액주사 주머니가 달린 지지대를 걸머진 채 이 곡의 가사와 내용을 변호사 죠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톰 행크스는 에이즈 환자 역을 위해 수십 킬로그램을 감량하여 어떤 배우인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현실감 있는 모습으로 열연한다.
어두컴컴한 병실, 카메라는 죽음을 앞둔 초라한 그의 모습을 위로부터 비추고 있으며 죽음 앞에서 건질 수 없는 생명에 대한 가는 소망을 토해내면서 흐르는 마른 눈물, 그야 말로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배경에 들려오는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는 정말 이 곡을 위해 만들어진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그렇게 처절하게 들릴 수가 없다. 혁명의 혼란 속에서 자기를 위해 대신 죽는 어머니를 지켜본 딸의 절망, 그럼에도 그것을 이겨내고 희망을 노래하는 딸, 막달레나의 아리아. 그 시의 내용은 이렇다.
어머니가 죽었습니다. 내 눈 앞에서 어머니는 자신의 죽음으로 나를 구했습니다.
그날 밤, 황망히 그 곳을 빠져나갈 때, 별안간 길을 밝히는 한 줄기 불꽃이 치솟아 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칠흑같이 깜깜한 길에서 나는 보았습니다.
내 어릴 적 집이 불타오르는 것을. 그렇게 아무 것도 없는 바닥에 혼자 버려져 굶주림과 가난, 처참함과 절망 속에서 나는 병들어 갔다네. 착한 베르시는 몸을 팔았습니다.
나를 위해... 나를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결국 불행을 가져다 준 것이지요. 그 참혹함 속에서 헤매 일 때, 그 때 사랑이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부드럽고 청아한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살아 있거라! 나는 생명 이란다!
내 눈 속에 너의 하늘이 담겨있단다! 너는 혼자가 아니란다, 너의 눈물을 기억하니 걸음마다 함께하며 지켜 주리라! 다시 미소를 짓고 희망을 품어라, 나는 사랑 이란다!
온통 피와 진흙 투성이 바닥 이냐? 나는 선 하단다! 이 모든 걸 잊게 해 주겠노라!
저 하늘에서 이 곳 으로 내려와 이 땅을 낙원으로 만드는, 나는 하늘 이란다!
Ah, Io son l'amore, io son l'amor, l'amor" 아, 나는 사랑이라! 나는 사랑이라! 사랑이라!
공포의 코로나가 일상으로 다가온 지금 우리는 2020년을 속절없이 보내었다. 모두가 처음 겪는 혼란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다. 죽음이라는 공포가 너무나 가까이 우리 곁으로 다가 왔고 수많은 이의 희생을 지켜봐야만 했다. 모든 것을 잃은 막달레나는 철저하게 내버려진 바닥에서 희망의 소리를 듣는다. 그 첫 성은 ‘살아있으라’였다.
생명이라, 그것은 사랑이었다. 이 짧은 시 속에 모든 것을 회복시키는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이 온전하게 나타나있다.
혹한의 추위가 지나가고 다시 봄이 찾아오는 길목, 우리는 다시 신입생을 맞이하고 성결의 역사는 이어나간다. 진리요 생명이신 하나님의 사랑이 있는 한 우리는 앞으로 또 앞으로 나갈 것이다. 살아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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