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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을 위하여
인생 후반전을 위하여
2021-06-28 오후 12:45:00    성결신문 기자   


50-60대 목사들과의 사적 만남에서 흔히 오가는 대화는 단연 은퇴에 관한 것이 화제가 된다. 한눈에 봐도 그들의 모습에서 열심히 살아온 태가 난다. 그뿐인가? 젊었을 때의 단단하고 강인한 눈매는 어느덧 여유와 깊은 영성으로 묻어난다. 

이들의 모습을 약 10여년 후에 다시 만났을 때에도 여전히 넉넉하고 깊이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 온 목사에게 따라오는 마땅한 기품일 것이다. 많은 은퇴 목사들이 후임 목사에게 목양지를 물려주고 교회로부터 떠나 살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거둬들여 서로가 편안한 관계를 지켜가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러나 여전히 은퇴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과거를 추억하며 서성거리는 목사들의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게다가 종종 후임 목사와의 갈등을 초래하기까지 하는 것을 먼발치에서 보노라면 그들이 평생 가꿔 온 아름다운 유산이 무효화되는 것 같다. 어찌하든지 세월이 지나면 목사는 목회 현장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인생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어 이해했다. 전반까지는 에너지가 외부로 뻗어나가는 시기라서 외적인 성취와 성공이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따라서 목사의 인생 전반기의 중요한 과제는 교회개척과 결혼 자녀 양육 등이 혼합되어 자연스러운 성취의 삶이 된다. 그러나 인간은 40대가 되면서 에너지의 방향이 내면으로 향하는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하게 된다. 

즉, 자기 성찰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인생 전반에서 성취와 성공이 중요한 관심사였다면 후반전에서는 의미와 가치가 주요한 관심사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발달심리학자인 에릭슨의 이론에서도 증명이 된다. 

목사 대부분이 30대 또는 40대에는 선배들의 사고방식과 목회 방식에 대하여 분노하며 좁혀지지 않는 생각의 거리 때문에 힘들어하거나 때로는 논쟁을 일삼곤 한다. 그 당시에는 흔히 하는 말로 “새판을 짜야 한다.”고 분노하며 선배 세대들의 유연하지 못한 사고방식에 반기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 앞에 목사는 어쩔 수 없이 목회 현실로부터 물러나는 은퇴의 시간을 맞이한다. 

모세를 통해 은퇴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히브리서 기자는 모세의 인생을 평가하기를, 젊어서 그는 공주의 아들로 살았고, 나이 들어 호가호식하며 죄악 중에 낙을 누리는 것을 거절하고, 하나님의 백성들과 함께 고난을 받으며 평생을 살았다고 평가했다. 그뿐 아니라, 이후에 그는 그토록 사모하던 가나안을 코앞에 두고 여호수아에게 자신의 지위를 물려주고 은퇴했다. 

그의 목회 여정은 거칠었지만, 그 사명의 직분을 극한의 직업으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모세는 감사와 보람으로 요단강 도하를 앞둔 여호수아를 격려해주기까지 했다. 물론 그는 요단강 이편에서 삶을 마무리 했다.  

은퇴란 결코 연금이나 받기 위한 수순이 아니며, 그것은 오히려 리더십까지 아름답고 너그럽게 이양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인생의 후반기를 진짜 신자로 살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은퇴는 능력을 부정 당하는 게 아닌, 이루어 놓은 성취와 그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살아온 인생 전반전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쉼과 보람을 보약 삼아 후반전을 살도록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는 새로운 기회이다. 

그러므로 은퇴란 속절없는 시간이 나이든 나를 쫓아낸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소명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이제부터 설교와 심방의 부담을 내려놓고 쉼과 여유로써 인생 후반전을 경건한 신자로 한 번 제대로 살아보도록 바르고 야무지게 준비해 보자. 

기자 : 성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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