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한 목사 [포도나무교회]
몇 해 전, 다른 교단의 A교회 목사님 사모님과 교제하게 되었습니다. A교회는 상가건물 지하에 위치하고, 대부분의 성도는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주님의 은혜로 사역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려운 현실은 사실이었습니다.
목사님 사모님과의 교제 후 교회와 목회자를 섬기기 위한 실제적인 기도와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그때 부활주일을 함께 예배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A교회 목사님께 설교를 부탁드리고, 성도님들까지 다 초청하여 연합 예배를 드렸습니다. 주님 안에서 서로를 축복하는 예배와 예배 후 함께한 식사는 우리 모두를 기쁘고 은혜롭게 했습니다. 물론 우리 교회의 형편에서는 힘에 지나도록 강사비도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해 추수 감사 주일에는 B교회 목사님께 설교를 요청하고, 성도들까지 다 초청하여 연합으로 예배했습니다. 반대로 B교회 개척 1주년 기념 부흥회에 제가 강사로 초청받아 집회를 인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듬해 부활 주일에는 우리교회가 두 팀으로 나누어서 예고도 없이 A, B 두 교회에 방문하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마음 한 켠에서는 예고 없는 우리의 방문이 짐이 될까 걱정도 되었지만, 우려와 다르게 함께한 예배는 기쁨과 감사로 넘쳐났고, 준비한 떡과 헌금은 기쁨의 선물이 됐습니다. 이 때 B 교회 목사님은 부활하신 주님보다 우리의 방문이 더 놀라웠다고 하시며 기뻐하시고 감사하셨습니다.
이렇게 우연으로 시작한 교제는 우리교회 중심으로 목회자들이 연합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몇 교회가 더 함께하여 정기적인 성경공부와 연합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매주 모이다 보니 ‘주님 때문에 모인 사람들’ 줄여서 ‘주때인’이라는 이름도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모여서 개인적인 삶부터 목회의 아픔과 어려움까지 다양한 주제를 공감하며 나누지만 우리의 주된 나눔은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서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눔의 방향은 “어떻게 빠르게 성장할 것인가? 어떻게 많이 모을 것인가”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부르신 그 자리에서 하나님 앞에 진실하기를 원하며, 특별히 우리와 함께 교회를 세워가도록 붙이신 지체들이 하나님 앞에서 참 신앙을 소유한 참 제자 되기를 고민합니다. 이 일을 위해 목회자인 우리가 먼저 참 제자가 되기를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하나님은 제 안에 이 땅에 있는 작은 교회를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주셨습니다. 저는 주님의 뜻을 따라 이 땅에 있는 작은 교회들이 건강하게 회복되고 세워져야 우리 민족에게 소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교회들이 부흥한다고 한국교회가 부흥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몇몇 교회들이 부흥한다고 한국 사회가 변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각 지역에 있는 작은 교회들이 주님 뜻을 담으며 건강해지면 좋겠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작은 교회를 섬기시는 목회자가 하나님 앞에서 온전해지면 좋겠습니다.
큰 교회들끼리의 연합이 아니라 이벤트적 연합이 아니라 작은 교회의 함께 하는 관계적 연합, 함께 건강해지는 지체적 연합과 섬김이 우리 교단 안에 샘솟길 기대해보며 어둠이 너무나 짙은 어려운 시대에 부르신 자리를 묵묵히 지키시는 작은 교회와 목회자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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