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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찬 교수 [리버티대학교 심리학과]

조너선 하이트와 그레그 루키아노프의 ‘나쁜교육’(원제: The Coddling of the American Mind)이라는 책을 보면, 오늘날의 교육풍토가 얼마나 전통적으로 내려온 지혜와 대척점을 이루는가를 보여준다. 위 책의 저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오늘날 만연한 다음의 메세지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라.

자녀들이여, 고통과 아픔은 인간을 연약하게 만든다. 자녀들이여, 항상 너의 느낌을 믿어라. 자녀들이여, 인생은 선하고 악한 이들 사이에서의 전투와 같은 것이다. 악한 이들을 경계하라.

반면, 성경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롬 5장 4-5절)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과잉보호가 되어 그들의 성장의 기회를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 3장 5-6절)

인간은 모두 감정적 사고를 한다라는 것을 기억하여, 복잡한 현실을 좀 더 깊이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겸손의 자세를 취하고, 모든 지식과 지혜의 근본되신 하나님의 뜻을 깊이 간구해야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자 되었느니라”(롬 3장 23-24절)

인류의 공통된 죄성 및 하나님의 은혜와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이 우리를 의롭게 한다라는 사실을 기억하여, 죄는 미워하되 끝까지 사람은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100년 만에 찾아온 펜데믹이라는 블랙스완(black swan)을 생각한다면, 한 가지 이유를 꼬집어 오늘날 우리가 맞이한 사회정치적 혼란에 대해 평론하기 매우 어렵겠지만, 1960년대 이후 점차적으로 심화된 “나” 중심의 사회와 그에 동조하며 발전한 지식층의 역할에 대해 주목해 보았으면 한다.

감정을 강조한 개개인의 행복과 절대다수의 행복에 대한 강조가 작은 단위의 관계에서부터 함양되는 순종, 충성, 의무, 책임 등의 가치들을 점차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이나 한국의 반군부 민주화운동이 사회 변혁에 기여한 바가 매우 크지만, 괄목할만한 진보의 성취와 무관하게 여전히 국가와 사회 전반에 대한 동일한 불신과 냉소적 태도가 자녀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 아닐까?

영국의 철학자 로저 스쿠르턴은 이런 사회전반에 대한 냉소적 태도를 오이코포비아(oikophobia)라고 지적하였다.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제노포비아(xenophobia)라고 한다면, 오이코포비아란 나 자신이 있도록 한 가족과 교회와 문화를 미워하고 배척하는 태도를 말한다.

나의 실패를 부모의 탓으로 돌리고, 영적 침체를 교회의 탓으로 돌리며, 나의 성장의 배경이 된 문화를 혐오함으로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적 다원주의 세계사회가 더욱 아름다운 사회라고 믿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나, 혹은 나와 정치적이나 종교적으로 뜻을 달리한 이들을 바라볼 때,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상대의 티만 손가락질하는 인류 공통의 죄성을 기억함과 동시에, 과거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이 실재의 가혹함을 피할 수 없음을, 즉 제약적 인간이 반드시 마주해야만 하는 비극적 현실의 보편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자녀가 좀 더 편안하고 풍족하게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있을까? 어찌 보면 내리사랑이라는 천륜 속에 과잉보호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사랑과 진리를 분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통을 피하고, 직관을 신뢰하고, 적군을 지목하여 경계함으로 나의 의로움을 내세우며 살도록 하기보다, 고통을 감내하여 더욱 주님의 성품을 닮도록, 감정 지상주의를 극복하여 더욱 주님의 깊은 이해와 뜻을 쫓도록, 불타는 정의감에 나와 다른 입장에 있는 이들을 미워하기보다, 정의와 자비 모두가 실현된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의미를 더욱 깊이 묵상하도록 권면해야 할 것이다. 타락한 세상이라는 실재 속에 구속의 은혜는 이렇게 더욱 절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