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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성결
용서와 성결
2019-07-11 오후 12:17:00    성결신문 기자   


필자는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성결교 목사다. 비록 사랑하는 고국과 멀리 떨어져 타국에서 살고 있지만 내가 가진 성결인이라는 정체성은 ‘여호와께 성결’이라는 교단 표어의 의미를 늘 묵상하게 한다. 

필자는 ‘성결한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감히 그것은 오직 그리스도의 은혜로 구원받은 신자들이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심으로 증명된 하나님의 사랑(롬 5:8)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진정 성결한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성결인으로서 이 땅을 살아가며 몸소 실천해야 하는 그 사랑, 우리가 거룩하신 하나님을 본받아 성결한 삶을 살고자 할 때에 본받아야 하는 그 사랑은 어떠한 사랑인가. 

십자가의 사랑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능동적 사랑임을 기억할 때에,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사랑은 바로 용서의 사랑임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필자의 스승이요, 용서 연구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의 로버트 엔라이트 교수는 용서에 대하여 “상대를 가장 사랑할 수 없는 그 순간에 사랑의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우리를 아프게 한 이를 사랑하는 것, 우리를 괴롭히고 핍박하는 이를 사랑하는 것, 나의 원수를 사랑하는 것이 용서요, 그것이 죄인 된 우리가 하나님께 입은 크나큰 은혜를 타인에게 증거하며 살아가는 길인 것이다. 

미덕으로서의 용서, 즉 모든 선악의 잣대가 되시는 선하신 하나님으로부터 비롯한 용서는 무조건적 용서이다. 즉, 상대의 회개와 돌이킴에 근거한 화해와는 철저히 구분되며, 또한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죄 사함과도 구분되어야만 한다. 

더불어, 용서추구는 정의추구를 배제하지 않는다. 이는 지혜 없는 자의 용기는 일을 그르치게 하고, 정의 없는 자의 사랑은 부정의를 선동하게 됨을 생각할 때, 다양한 미덕들이 균형 있게 실천되는 것이 참 중요함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예수님께서 달리신 십자가 또한 의로우신 하나님의 정의의 증표요, 자비하신 하나님의 사랑의 증표 됨을 생각할 때, 용서와 정의의 균형된 추구는 거룩하신 하나님의 속성을 더욱 정확하게 드러낸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는가? 성령께서 우리의 생각을 변화시키시고,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셔야 우리가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하나님의 은혜와 성령의 감화 감동하심 없이 죄인 된 우리는 참 사랑을 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용서란 우리 마음가운데 있는 분노와 쓴 뿌리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덮어 매장하는 것이 용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상처 난 부위를 잘 소독하고, 자세히 살펴보며 성령께서 역사하시도록 우리의 아픔을 직면해야만 한다. 그리고 성령의 역사하심을 간구하며, 우리가 하나님의 눈으로 우리의 원수 된 이를 바라 볼 수 있도록 몸부림치는 것이 용서인 것이다. 다른 말로, 용서는 일상에서 용기 내어 결단하는 믿음의 선택이요, 그에 따른 자아 변화의 과정인 것이다. 

특별히 로버트 엔라이트 교수는 다음 세 가지 관점으로 상대를 바라보라고 하였다. 첫째, 개인적 관점. 즉 상대가 가진 개인적 환경과 상황을 바라보며 그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이 있는가? 그의 성장 배경은 어떠했으며 그가 어떠한 실패와 아픔을 경험했고, 그것이 지금 그의 모습과 마음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가? 상대를 한 인격체로 바라보며 그가 그동안 지내온 삶, 그리고 그가 현재 처한 상황을 들여다 보라. 

둘째, 글로벌 관점. 상대의 개인적 환경과 상황을 넘어서 그와 나 모두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도 나처럼 의식주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가? 그도 나처럼 고통 받으면 아파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인가? 그도 나처럼 개인적 욕망에서 자유하지 못한 존재인가? 그가 인류 공동체의 한 일원이기 때문에 경험하게 되는 삶의 애환과 고충을 들여다 보라. 

셋째, 우주적 관점. 그도 나처럼 죄의 영향력 안에 있는 사람인가? 그도 하나님의 형상과 모습으로 지음 받은 존귀한 존재인가? 그도 예수께서 십자가의 달리시기까지 사랑하신 온 천하보다 귀한 존재인가? 그도 나처럼 하나님의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요, 하나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존재임을 생각해 보라. 

비록 그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으나, 하나님의 관점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경험하게 되는 내 마음의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경계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성령께서 역사하실 때에 나의 자아를 내려놓고, 굳어진 우리의 마음이 녹아내림을 수용하며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롬 12:2)을 구해야 할 것이다. 요한복음 13장 34-35절은 기록한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새 계명을 주셨고, 그것은 우리가 주님께 받은 그 사랑으로 서로 사랑하는 것이며, 그러한 사랑이야 말로 우리가 주님의 제자 됨의 참 징표가 된다는 말씀이다. 

그렇다면 성결인이 용서하는 삶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지난 30년 이상 진행되어온 수많은 용서 연구는 용서가 개인의 건강에 큰 유익이 있음을 밝혀내었다. 용서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감정적, 신체적 유익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용서란 내가 만들어 놓은 분노라는 감옥에서 나 자신을 놓아주는 열쇠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둘째, 용서는 막힌 담을 허물어 무너진 관계가 회복되는데 기여한다. 동양 문화는 관계 간의 조화를 강조하기 때문에 화해를 종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서양 문화는 반대로 관계의 회복이 없는 마음의 치유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보여주기 식의 화해, 마음의 변화가 없는 화해를 종용하기보다, 용서의 사랑으로 변화되어 치유된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다가 갈 때에 참된 화해, 진정한 관계회복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셋째, 용서는 구원의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더욱 깊게 경험하게 한다. 우리가 우리를 아프게 한 이를 용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될 때, 우리는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더욱 깊이 감사하게 된다. 성령의 도우심 없이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가 얼마나 나약하고 죄악 된 존재이며, 우리의 노력으로 절대로 성결 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용서와 성결은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용서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용서의 유익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 네 가지를 함께 살펴보았다. 필자는 성결의 실천이 용서의 실천으로 구체화되어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향내가 용서의 사랑으로 이 세상의 모든 교회 가운데 특별히 우리 성결 교회 가운데 퍼져 나가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우리 성결 교단이 척박하고 분노에 가득 찬 이 땅과 미움과 시기와 질투로 상처받은 모든 이들 가운데 용서의 사랑으로 우뚝 선 진리의 등대되기를 먼 미국 땅에서 간절히 기도한다. 


* 김지찬 교수는 미주지역총회 제9차 총회를 통해 안수 받은 성결교 목사로 뉴욕시립대(영문학, 유대학 복수 전공)를 거쳐 고든콘웰 신학교에서 목회학석사를, 하바드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석사를,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용서심리를 세부전공으로 철학박사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복음주의 기독교 대학, 리버티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용서심리와 관련 다수의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하였고, 현재 연구방법론 및 기독교와 심리학을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기자 : 성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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