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온 편지 -

필리핀에는 카라바오라는 물소가 있습니다. 늘 진흙탕 물속을 좋아하는 동물이지요. 행동이 느리고 우직하며 외모는 험하게 생겨 정이 안 가는 모습이지요.

그러나 순하고 힘이 세어 사람들이 농사를 짓거나 짐을 나르는 우마차를 끌 때 도움을 주는 유용한 가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칠 때 자주 인용하는 동물입니다. 이 우직하고 순한 가축에 필리핀의 국민성을 비유하기를 좋아하는 것이지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주변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순명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일컫는 의미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간 여러 해 동안 기아대책과 함께 어린이 사역을 진행하며,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매 주일 성경공부와 정기적인 성경캠프를 통하여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부모 공경을 배우며 장래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소망을 보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들도 신앙생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아이들 교육에 더 큰 열의를 보게 되었으며 교회의 역할과 지역사회를 향한 적극적으로 변한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들의 적극적인 자세는 교회 활동과 정기 모임 예배로 이어졌으며 교회와 지역 사회 안에서 자원하여 봉사와 헌신의 기쁨을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소중한 경험들을 외연으로 확대해 감으로 지역 사회와 더 가까워지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찾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큽니다.

어린이 개발 사역을 매개로 교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 무엇보다 귀한 결실이라는 생각입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지속적이고, 활발한 사역을 통하여 지역사회를 리드해 갈 수 있는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또 이들이 살아가는 지역 사회 안에서 일어날 것을 소망합니다.

마음을 다 잡으며 다음 사역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뿌린 씨들이 어떻게 교회 안에 연결되어 자라가게 할 수 있을까 새로운 과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대학생 중심으로 젊은이 사역에 치중할 수 있는 와이디피(기아대책에서 계획 진행 중인 청소년 개발 사역 프로그램)을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아대책에서 도와주고 현지교회가 어우른다면, 이 일은 확실하게 진행 후에 단 기간 안에 변화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검증 가능한 일로, 지역사회 그리고 사회와 교회에 정착하는 모습들을 분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박광수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