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목사의 기도를 받고 열병에서 나을 뿐 아니라,
믿지 않던 남편도 감동하여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김규호 목사(1893~1978)는 춘천성결교회에서 21년 동안 목회를 했는데,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아주 귀하게 여겼다. 7년 동안 김규호 목사를 모신 김관수 목사의 회고담이다.

어느 해 추운 겨울, 새벽기도가 끝났는데, 김관수 부목사 사택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효자동 언덕에 어렵게 사는 성도가 밤새 열병이 심했다며 목사님이 와서 기도해 달라는 것이다. 목사님께 보고하니, 당장 아래 위 솜바지 저고리에 솜두루마기를 입고 중절모를 쓴 차림으로 지팡이를 짚고 나섰다.

진눈깨비로 길은 빙판길이었다. 산마루를 향해 조심조심 오르다 앞서 가던 김규호 목사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한 30m를 굴렀다. 한참을 구르다 하필 멈춘다는 것이 돼지우리 옆에 파놓은 오줌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목사님의 솜바지 저고리와 두루마기는 돼지 오줌에 푹 젖었고, 김관수 목사의 바지도 젖었다. 김 목사가 썼던 중절모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고, 찢긴 두 손과 볼에서는 피가 흘렀다. 김관수 목사 역시 꼴은 마찬가지다.

이 때, 김관수 목사가 “목사님 가시겠어요? 그 모양으로요?” 하니까, “가야지, 그 영혼이 그냥 죽을지도 몰라. 그러니 가야지.” 하면서 다시 그 언덕을 올라가는 것이다. 그 날 심방을 기다리던 열병환자는 김 목사의 기도를 받고 열병에서 나을 뿐 아니라, 믿지 않던 남편도 감동하여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