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선 교수 [성결대 신약학]

한국사회에서의 삶이 팍팍하다고 사람들이 아우성이다. 통계상으로 한국인의 GDP는 선진국 수준이나,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한참 아래에 머문다고 보도된다. 물질적으로는 꽤나 풍요로워졌으나, 살아가기는 더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은 또 쉽게 많은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여기저기로 ‘힐링’을 찾아서 헤맨다. 여러 곳에서 많은 이들이 ‘힐링’을 제공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공을 통해서 사람들이 과연 근본적인 힐링을 경험하는지는 의문이다. 외부의 사회구조는 거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있으며 여전히 사람들에게 상처를 가져다주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데, 가벼운 감성적 터치로 내면의 ‘힐링’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예전 같지 않다는 탄식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구동성으로 새로운 교회 개척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기존 교회에 대해 성장과 부흥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가톨릭교회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개신교는 큰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혹시 개신교도들이 교회를 떠나 성당으로 넘어가지는 않을까 해서였다. 가톨릭이 사람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는 지도자들 가운데 낮아진 모습을 보이는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한국교회는 스스로 성찰하고, 새로운 종교개혁을 열망하기도 한다. 또한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하며, 이 위기에서 탈출하는 방안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하기도 한다.

우리 대학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벌써 10여 년 전에 “21세기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소논문에서 한국교회 위기 원인의 일단을 “기독교윤리교육의 부재”에서 찾았다(「성경과 신학」, 제29권, 2001년, 283-308쪽). 그는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복음적 기독교윤리 전통에서 벗어난 부분이 있음을 지적하는 데 그 중 하나로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 설교”를 든다. 그리고 “한국교회의 교육과 설교는 혀와 마음으로만 예수님을 주와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는 것에는 깊은 관심을 보였으나, 삶의 현장에서 예수님을 주와 그리스도로, 그리고 살아계신 하나님으로 고백하는 삶에 관한 관심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맞는 말이다.

종교개혁의 기치였던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 교리는 잘못 이해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믿음과 삶을 이원화시키게 만든다. 그러나 바로 이해하면 결코 그렇게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되지 않는다. 신약성서에서 갈라디아서는 바로 바울복음의 핵심인 이신칭의를 논증하는 서신이다. 갈라디아서 2장은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로 말미암음이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 줄 알므로 우리도 그리스도 예수를 믿었다”고 말한다(16절). 이 명제는 3-4장에서 논증이 되고, 5-6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특히 5장 6절에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는 할례나 무할례나 아무 효력이 없고, 오직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만이 효력이 있다”(『바른 성경』)고 분명히 말한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않고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모든 말에 앞서서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 이 악한 세대에서 우리를 건지시려고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자기 몸을 주셨으니, 영광이 그에게 세세토록 있을 지어다. 아멘.”(1장 4-5절)이라고 말하면서, 이신칭의의 기초를 튼튼하게 놓았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분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믿음이 입술에서 나오는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고백, 곧 자기를 위해 십자가 위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일 때 그 고백 이후의 삶이 이전의 삶과 어찌 같을 수가 있단 말인가?

오늘의 교회와 기독교가 필요로 하는 것은 성경적 복음과 기독교에 대한 바른 이해와 행함이다. 여호와는 말씀하기를, “나 여호와의 말이다. 겸손하고 심령에 통회하며 내 말로 인하여 떠는 자, 그 사람을 내개 돌볼 것이다”(사 66:2, 『바른 성경』)라고 하셨다.

한국교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를 받는 근본적인 길은 바로 하나님과 그의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