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공 목사 [샘물교회]

우리나라 교회들은 거의 7월 첫째 주일을 맥추주일(맥추감사주일)로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 맥추절을 지키는데 대해서는 다른 절기에 비해 의견은 분분하다. ‘맥추절은 꼭 지켜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현대에 와서는 맥추절을 꼭 지킬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날 한국교회를 보면 맥추절을 지키는 교회도 있지만 지키지 않는 교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맥추절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은 농경사회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절기가 오늘날에 와서는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여러 절기 중에 하나님께서 친히 제정하신 절기가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만든 절기도 있다.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절기 중에 가장 대표적인 절기는 유월절과 맥추절 그리고 수장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출23:14-17) 이 수장절은 장차 장막절(초막절)이 되었다(레23:33).

왜 맥추절을 지켜야 하는가?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대표적인 절기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곧 바로 왜 3대 절기 중에 하나인 유월절과 장막절은 지키지 않는가? 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이스라엘의 3대 절기를 신학적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유월절은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400년의 종 생활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월절의 어린양이 되셔서 십자가에 돌아가시므로 전 인류가 죄와 사망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신약시대에 와서 유월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망권세를 물리치시고 다시 살아나신 <부활절>이 대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장막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동안 광야에서 생활했던 것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스데반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40년의 광야생활은 곧 <광야교회>의 모습이었다고 했다(행7:38).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광야의 공동체는 오늘날 교회의 공동체를 예표한다는 뜻으로 스데반의 위대한 신학적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장막절은 신약시대에 와서 매 주일마다 교회에서 드리는 <주일예배>가 대신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맥추절은 그 해 첫 열매인 보리와 밀을 거두면서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절기이다.
맥추절은 유월절이 지난 두 번째 날(초실절)부터 시작하여 49일 지난 후에 드리는 절기를 말하는데 이 맥추절을 <칠칠절> 또는 <오순절>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모세가 율법을 받을 당시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맥추절을 지킬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광야에 있는 그들은 아무 것도 심을 수도 없었고 거둘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비로소 열매를 걷을 수 있었고(수5:12) 그 후에 비로소 온전한 맥추절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 광야에 있을 때에 맥추절을 지키라고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맥추절은 단순히 그 해 첫 열매에 대해 감사하는 의미를 넘어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을 완성하는 것을 기념하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스라엘 사람들은 맥추절(오순절)을 <율법수여절: 律法授與節>로 겸하여 지키면서 첫 날은 십계명과 토라와 계명을 듣고, 둘째 날은 두루마리로 된 룻기서를 읽는다. 이는 하나님께서 맥추절(오순절)에 시내산에서 모세에게 율법을 주셨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구약의 하나님께서는 맥추절(오순절)에 율법을 주셔서 광야교회를 탄생 시키셨고 신약의 하나님께서는 맥추절(오순절)에 성령님을 보내 주셔서 신약시대의 교회가 탄생하게 하셨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을 때를 기점으로 한다면 유월절은 과거의 절기요, 장막절은 현재의 절기요, 맥추절은 미래의 절기라고 할 수 있다.

맥추절이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출애굽 완성의 뜻이 있다면 신약에 성도들에게 있어서 맥추절(오순절)은 구원의 완성의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교회들은 다시 한 번 신학적으로, 성경적으로 맥추절을 정리하여 감사하는 의미를 넘어 더 뜻있고 의미 있게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