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현 목사 [용인교회]
꽃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생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조화입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생화와 조화의 식별이 매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코로 냄새를 맡아보는 것입니다. 생화는 반드시 향기가 나지만, 조화는 아무리 화려하고 진짜처럼 보여도 아무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자녀들을 향하여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했는데 그 말은, 참 그리스도인은 꽃이 아니라 향기로서 구별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에게서 냄새를 맡으려고 하고, 그 냄새로 우리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무슨 냄새입니까? 바로 예수 냄새입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라고 어느 가수가 노래했듯이, 진실로 꽃보다 귀한 것은 향기입니다. 주님이 오늘 이 시대에서 찾으시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향기를 소유한 사람입니다. 그런 자만이 사망냄새로 충만한 세상을 쾌청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명품 향수의 특성은 장소와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습니다. 또 이럴 땐 좋은 향기로 진동하다가 다른 때는 악취로 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의 향기도 어떤 경우에나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결코 감출 수도, 감춰지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내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향기로 살 수 없다는 것은 자기 합리화일 뿐입니다. 향기는 쓰레기통에서도 향기입니다. 바울이 처한 형편도 결코 향기를 발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천지를 진동시켰습니다.
가야금이나 거문고는 오동나무로 만듭니다. 오동나무는 가볍고 부드러울 뿐 아니라 물에 쉽게 젖거나 불에 쉽게 타지 않습니다. 그런데 갓 벤 오동나무가 아닌, 5년 동안 비와 바람과 눈 속에서 말린 후에야 비로소 악기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5년여 세월 동안 자신의 몸속에 박힌 진을 모두 빼내야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동나무라고 해서 다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오동 가운데서도 ‘석상오동’(石上梧桐)을 최고로 치는데, 이는 바위에서 자라 고사한 오동을 말합니다. 기름진 밭둑이나 뒤뜰에서 키 자랑하듯 쑥쑥 자란 오동이 아니라,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겨우겨우 자라다가 끝내는 말라죽은 오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나온다는 것입니다.
힘겨운 세월을 보내며 형성된 촘촘한 나뭇결에서 울려 나오는 그윽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일품이라고 합니다. 고통이 큰 만큼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오동나무처럼, 우리의 인생도 수많은 고난을 겪는 가운데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갈비냄새로 고기 집에 갔다 온 것을 알고, 아카시아 향기로 초여름이 되었음을 알듯이, 그리스도의 향기로 우리가 진정 예수의 사람임을 만민이 알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세상을 좇아 사망에 이르는 냄새가 되지 말고, 생명의 주인이신 예수를 좇아 생명에 이르는 냄새가 되어서, 날마다 그리스도의 푸른 향기로 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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