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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민 목사 [한우리교회]

연구가들에 의하면 적어도 3세기까지는 교회가 별개의 건물을 짓지 않았다. 그때까지 교회는 대부분 가정교회였다. 예루살렘교회는 마가의 다락방에서 시작했다(행 1:13). 빌립보교회는 루디아의 집에서 시작했고(행 16:40), 골로새교회는 빌레몬의 집이었다(몬 1:2). 라오디게아교회는 눔바의 집이었고(골 4:15), 고린도교회는 가이오의 집이었다(롬 16:23).

초창기 교회는 건물 중심의 교회가 아니었다. 그 당시 성도들은 보통 누군가의 집에서 모였고, 핍박이 있을 때는 카타콤이라 불리는 지하 공동묘지에서도 모였다. 어디서건 성도들이 모이면 그곳이 교회였다. 그런 초기 교회 성도들에게는 동일한 신앙 고백이 있었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강력한 헌신과 봉사가 있었다. 그것이 건물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

지난 2천 년간 교회에는 크고 작은 핍박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교회가 지키려고 했던 것은 건물이 아니었다. 교회는 항상 신앙고백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초기 교회 성도들은 예루살렘에 핍박이 오면 온 유대로 흩어지면서 복음을 전했다. 유대에 핍박이 오면 사마리아에서 복음을 전했고, 사마리아에도 핍박이 오면 땅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했다. 그들은 교회 건물 때문에 흩어지기를 망설이지 않았고, 흩어지면서 거대한 교회 건물을 세우지도 않았다.

그들은 어디에 가든지 ‘주가 그리스도시다’라는 동일한 신앙의 고백을 전했다. 그렇게 복음을 전하고 전도해서 누군가의 집에 모이면 그곳이 그들의 교회가 되었다. 성도들은 그런 교회에 모여서 하나님을 예배했고, 서로 친밀하게 교제했다. 그리고 그들이 속한 지역 사회를 위해서 봉사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구제했고, 병에 걸린 사람들을 보살폈다. 그게 초기 교회의 모습이었다.

시간이 지나 기독교가 국교가 되고, 교회는 권력이 되었다. 교회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교회는 건물을 지었다. 중세에 와서는 건물이 곧 그것을 지은 사람의 힘을 상징했다. 그래서일까 교회의 첨탑은 경쟁적으로 높아졌다. 이제 교회의 첨탑은 아무나 올라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혹시 올라간다 해도 그곳은 세상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서 올라간 사람들을 고립시켰다. 그곳에는 사회에 대한 봉사도, 사람들 간의 교제도 없었다. 그곳에는 오직 자기의 성공과 높음을 자랑하는 세속만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대를 교회의 암흑기라고 한다.

그동안 교회는 부흥이 목적이었다. 큰 교회나 작은 교회가 모두 그랬다. 개척하면서 부흥을 꿈꿨고, 부흥을 위해 교회를 건축했다. 교회들 마다 더 많은 성도를 모으고 더 높은 건물을 짓는 일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많은 교회가 상당한 성과를 내었다. 지역마다 거대한 교회들이 세워졌고, 그 교회를 가득 메운 성도들은 중세의 성과 같은 교회 건물을 자랑했다.

많은 사람들은 교회의 크기가 자기들 신앙의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마치 거대한 건물에 홀린 듯이 큰 교회로 모여들었다. 우리는 그것이 영성이고, 그것이 부흥이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큰 교회의 목사님들은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작은 교회의 목사들은 주눅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부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부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고 있다.

수백억, 수천억을 들여서 지은 교회 건물은 허무하게 문을 닫았고, 그곳에 가득했던 성도들은 한순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런 일이 한 번 있었으니 앞으로 두 번 세 번 있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단순히 교회 건물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서 예배를 드릴지 갑론을박하며 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교회관을 세워야 하고, 새로운 예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 우리는 초기 교회의 교회관과 그들의 예배관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야 한다. 지금이 그것을 하기에 제일 좋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