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여름과 겨울을 연결해가는 계절이다.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한결 부드럽고, 햇살은 8월의 그것처럼 매몰차지는 않지만 여전히 따갑다.
가녀린 꽃대 위에 연분홍색 코스모스가 벌써부터 나와 9월을 기다렸다.
“기다리라 오래 오래 /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 지루하지만 더욱 /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 상처받은 짐승들도 / 제 혀로 상처를 핥아 / 아픔을 잊게 되리라/ … / 기다리라 더욱 /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나태주 시인은 ‘다시 9월’이란 시에서 오래도록 기다렸단다. 9월이 오기를. 낙엽과 열매, 그리움, 추억 때문에 9월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9월은 ‘치유의 계절’이기 때문이어서 그렇게 기다린단다. 무더위, 열대야, 야멸찬 폭염, 땡볕, 홍수, 게다가 끝나지 않은 코로나로 지난여름 내내 우리는 너무 많은 피를 흘리며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잠재우는 짐승들처럼, 기다렸던 9월에는 아직 남아있는 햇살과 신선한 바람, 님의 은총으로 상처가 아물고 치유되어 기력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받은 시련이 많은 것만큼 성숙 되면 좋겠다.
우리는 너나없이 치유 받아야 할 상처 서너개 쯤은 남몰래 지니고 있다. 맑은 호수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운 것 같지만, 이따금씩 그것들이 하나씩 고개를 치켜들고 나와 삶을 할퀴고, 생채기 내고, 고통과 슬픔을 준다.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오는 가을에는 무엇보다도 치유의 은총을 받아 숨겨진 상처들을 도려내고 새 살로 채우자. 제 혀로 그 상처를 핥아낼 수 없기에 십자가 보혈이 필요한 것 아닌가?
봉지에 쌓인 포도송이는 9월 햇살 아래 살이 오르고 단맛이 들고, 대추는 천둥 번개 태풍 서너 개 맞으며 붉게 물들 것이니, 이제 우리가 선선해진 바람의 속삭임을 들으며 보혈의 은혜로 치유되고 소생하며 여물어가면 좋겠다.
혈관에는 따뜻한 피가 돌아 흘러, 떠난 사람 돌아오도록 길을 열고, 가슴 시린 사람 품을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 강물 되어 세상을 적실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우랴.
“하나님의 영이 나를 지으셨고 전능자의 기운이 나를 살리시느니라” (욥 33:4)
淸水 ehc3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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