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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일 목사 [안양교회]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라는 책이 있다. 강남에 사는 이들에게는 좀 미안한 제목이지만, 강남에서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를 해온 분이 작년 9월에 펴낸 책이다.

대한민국 최고로 ‘잘 산다는 곳’이 왜 이런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을까? 그곳은 돈 좀 있으면 누구나 ‘입성’하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 아니었나? 대한민국 최고의 학군이 있는 곳이요, 가장 풍요롭고 발전된 대한민국의 대표 동네 아니었나? 그 의사에 의하면, 강남은 겉은 그렇게 화려한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죄다 마음에 상처들과 병이 있는 곳이란다.

아이들은 학벌주의의 노예가 되어서 마음 한가운데 다들 멍들어 있는 곳이란다. 어른들은 돈 때문에 배신과 거짓으로 받은 상처들을 움켜쥐고 정신과 병원을 찾는 곳이란다. 거기에 사는 수 많은 사람들을 수십 년간 상담하며 그가 내린 결론이다.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풍요롭고 발전된 곳인 강남 정도면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토록 풍요하다며... 그런데 풍요와 ‘잘 산다는 것’ 사이에는 그다지 큰 인과관계가 없는 모양이다. 발전과 행복 사이에도 별다른 비례 관계가 성립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긴 인류는 한 때 ‘유토피아’에 대한 장밋빛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1516년 토마스 모어가 이상향 ‘유토피아’를 말할 때 만해도 인간은 계몽과 교육으로 진보를 이루어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럼 인간의 역사는 과연 ‘유토피아’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SF 공상 과학 영화를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거기에는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기 때문이다. 공통적인 주제는 대부분 ‘포스트-아포칼립스’다. 대규모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 등으로 인해 문명이 쇠락하고 최후엔 인류가 멸망하는 세계를 그린 것이 ‘아포칼립스’다. 거기에 ‘다음에’라는 뜻의 접두사 ‘post’를 붙여, 종말 이후의 세계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영화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다. 핵전쟁으로 인해 세계는 황폐해진다. 자원은 너무도 부족하지만 독재자 임모탄은 이를 독점하고 있다. 상식적인 법과 과학 기술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 일행은 외부 세계에 대해 알 방도가 없어 무지한 상태다. 1990년대 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터미네이터 2:심판의 날> 역시 핵전쟁으로 멸망한 지구와 인간의 ‘포스트-아포칼립스’를 그리고 있다. 인간의 탐욕과 폭력성으로 지구는 멸망하고, AI와 기계가 세계를 이미 정복하고 인간을 조종하고 있다.

이런 유의 영화들을 단순한 감독의 개인적인 상상력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보편적인 주제가 되어 버렸다. 예를 다 들 수 없을 만큼 넘쳐난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미래의 종말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인 두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있다. 인류가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지구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쟁과 지진 같은 자연 재해. 이상기후와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의 창궐, 그리고 점점 삭막해져가고 있는 우리의 마음들, 파괴되어가고 있는 가족과 관계들, 더 많아지는 배신과 폭력과 살인 사건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 인류의 미래는 ‘유토피아’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디스토피아’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점점 깨어져 가는 것이 보인다. 흩어지고 시들어져 가는 것이 다 보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돈일까? 복지의 실현과 발전을 이루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니다.

그것들보다 더 시급한 게 있다. 우리에겐 메시아가 필요하다! 종말에서 우리를 구할 구원자가 필요하다. 풍요와 발전을 이룬 강남엔 교회가 필요 없어질까? 강남인들처럼 학벌도 좋아지고, 돈도 집에 많아지면 문제가 사라질까? 아니다. 그럴수록 더욱 메시아가 필요하다. 아니, 우리에게 지금 메시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