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공 목사(샘물교회)

天下有兩大衡(천하유양대형) 是非之衡(시비지형) 利害之衡也(이해지형야)’
‘천하에는 두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옳고 그름의 저울이요 다른 하나는 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조선후기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전남 강진에 18년 유배 생활 중에 큰 아들 학연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말이다.

다산 선생은 이 두 저울로 인해 네 등급이 생겨난다고 했다. 첫째는 ‘是而利’(시이리)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이요. 둘째는 ‘是而害’(시이해) 옳은 것을 지키다가 손해를 보는 것이요. 셋째는 ‘非而利’(비이리) 그릇 됨을 따라가다가 이로움을 얻는 것이요. 넷째는 ‘非而害’(비이해) 그릇 됨을 따라가다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다산 선생의 말대로 이 세상에는 옳고 그름을 잴 수 있는 <시비(是非)의 저울>과 이익과 손해를 잴 수 있는 <이해(利害)의 저울>이 있다. <시비의 저울>은 정의(正義)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 <이해의 저울>은 자신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시비의 저울>은 정의를 성취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이해의 저울>은 자신의 이익 추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비(是非)의 저울>보다 <이해(利害)의 저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해의 저울> ‘추’(錘)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손해가 될 것 같으면 ‘정의’(正義) '공의'(公義) 같은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저울의 ‘추’(錘)를 움직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입으로는 정의를 주장하면서도 자신의 이(利)를 위해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상반된 결론을 내리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나온 말이 ‘내 입맛대로 법’ ‘고무 줄 잣대’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이해의 저울추>로는 어떤 정의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12:24)라고 하셨다. 그 정신을 이어받은 믿음의 선진들은 하나님의 공의를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하나 밖에 없는 생명을 초개와 같이 버리기도 했었다.

다산 선생은 ‘是而利’(시이리)가 가장 으뜸이라고 했지만 그러나 우리에게는 공의와 정의를 위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할 줄 아는 是而害(시이해)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독교를 대표하는 한기총은 대표회장 사건으로 이제 세상 법정까지 나가 심판을 받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가장 큰 교회를 담임했던 목사님은 은퇴한 후에도 가족들과 함께 여러 가지 이권 사업에 관련하고 있었던 것이 알려지게 되어 기독교는 물론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른 어느 때보다 곱지 못하다.

이로 인해 기독교가 비난을 받는 것을 ‘의를 위해 핍박은 받는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울지마 톤즈>의 영화의 주인공 이태석 신부는 비록 48세의 젊은 나이로 그 삶을 마감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지금도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 마을사람들은 이태석 신부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는 그의 생김새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옳은 것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是而害精神(시이해정신)인 것이다.

지금은 이제까지 교단을 이끌어온 선배님들이 한 분 두 분 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는 시점에 있다. 교단의 바통을 이어 받은 우리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是而害精神(시이해정신)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느 해보다 원칙과 상식, 정직과 정의를 주장하는 금년 총회 임원들에게 是而害精神(시이해정신)을 기대해 본다. ‘왕을 저울에 달아본즉 부족함이 보였다 함이요…’ (단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