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신 목사(동인교회)

고대 중국 역사상 가장 살기 좋은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는 요순왕 때의 일이다. 당시 깨끗한 선비들은 벼슬 하는 것을 타락으로 보았기에, 낙향하여 초야에 묻혀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선비들이 많았다. 하루는 한 선비가 말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냇가에 나갔는데 같은 동네의 선비가 위쪽 에서 뭘 씻고 있는 모습이 보여 물었다. “자네 거기서 뭘 하는가?”

위에 있던 선비가 대답했다. “음, 보다시피 귀를 씻고 있다네” “아니,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가?” “아 글쎄, 조금 전에 관가에서 사람이 왔었는데, 날더러 벼슬을 하라고 하더구먼, 그런 더러운 말을 듣고,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더럽혀진 귀를 씻고 있는 중이라네...”

말에게 물을 먹이러 왔던 선비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물었다.
“자네 왜 말에게 물을 안 먹이고 그냥 가는가?” 돌아가던 선비가 대답했다.
“그런 더러운 귀를 씻은 물은 말에게도 먹일 수 없다네.”

기독교를 접하지 않았을 중국 선비의 청렴도가 이 정도였음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들은 정치를 혐오했다. 정치하라는 말을 듣는 것조차도 귀를 더럽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청백리의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목사안수를 받으면, 자동적으로 거룩한 목사가 되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안수를 받고 성결교회의 목사가 되었음에도, 아직도 성결치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부끄러운 참회록을 기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첫째로, ‘나의 생각’이 많이 오염되어 있다. 목사는 목사다운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목사답지 못한 생각들을 하면서 살아갈 때가 너무 많고, 더 큰 문제는 그런 마음들을 제대로 씻지 않은 채, 정결케 하지도 않은 채 또 이렇게 하루를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나의 눈’이 더럽혀져 있음도 보게 된다. 신학교 때로 기억되는데, 어떤 기독교윤리 교수는, 시내에 나갔다가 무의식중에 야한 극장 간판을 본 것 때문에 며칠 동안 눈물로 회개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것 때문에, 나는 얼마나 마음아파 하고 있는가?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는가?   

셋째로, ‘나의 귀’도 많이 더렵혀져 있다. 내가 들어야 할 말은 정해져 있다. 강문호 목사님은 토요일 밤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성도들의 안 좋은 말은 하지 않도록 사모님에게 부탁을 했다고 한다. 안 좋은 말을 듣고, 속이 상해서 밤새도록 그 못된 성도를 묵상하면서 토요일 밤을 꼬박 샌 뒤로, 그런 결심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목사가 듣지 말아야 될 소리가 많은데, 가리지 않고 아무소리나 듣다보니, 귀로 들어온 잡다한 소리들이 내 안을 온통 오염시키고 있다. 거룩한 나의 몸 성전이, 쓰레기통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넷째로, ‘나의 입’에도 문제가 많다. 거짓말은 아니더라도, 말을 하다보면, 나를 정당화 시키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결국, 남이 잘못했고,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다 보면 남의 허물들을 말하게 되고, 상대방이 못된 사람임을 증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날은 어김없이 후회하면서 저녁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렇게 더럽혀진 마음, 눈, 귀, 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는 지금 버젓이 목회를 하고 있다. 그러니 목회가 잘 될 턱이 있겠는가? 한없이 작아진 자신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엎드려 참회의 기도를 드리게 된다. 적어도 앞에 기록한 그 청백리보다는 더 나은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서 목회해야, 그때 비로소 ‘성결교회목사’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