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용 목사 (참빛교회)

파랑새’라는 책을 쓴 벨기에의 극작가요 시인인 미테르링크(Maeterlinck)는 인생을 한권의 책에 비유했다. 인생을 한권의 책과 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한 페이지씩 인생의 책을 써 나아간다. 어떤 사람은 잘 쓰고 어떤 사람은 잘 못 쓴다. 아름답게 쓰는 이도 있고, 추하게 쓰는 이도 있다. 공허(空虛)한 페이지를 쓰는 이도 있고, 충실한 페이지를 쓰는 이도 있다.

밝은 노래가 담긴 페이지를 쓰는 이도 있고, 어두운 내용으로 가득 찬 페이지를 쓰는 이도 있다. 희망의 노래를 읊는 이도 있고, 절망의 노래를 부르는 이도 있다. 고운 글씨로 쓰는 이도 있고, 더러운 글씨로 쓰는 이도 있다. 정성스럽게 인생의 한 페이지를 써 나아가는 이도 있고, 무책임(無責任)하게 인생의 책을 기록하는 이도 있다. 푸른 글씨로 쓰는 이도 있는가 하면 흰색 글씨로 쓰는 이도 있다.

숭실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친 안병욱 교수는 인생의 책이 세상의 책과 다른 점은 두 번 쓸 수 없다고 가르친다. 세상의 책은 잘못 쓰면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 버리거나 파괴시키면 된다. 그러나 인생의 책은 다시 쓸 수 없다.

그는 또 말한다. 인생의 페이지는 남이 대신 써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잘 쓰건 못 쓰건 나의 판단과 노력을 가지고 써 나아가야 한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 인생의 페이지를 잘 쓴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아담의 인생 페이지를 읽어 가노라면 참으로 하나님이 창조한 사람 중에 가장 먼저 창조한 아담. 그러나 그는 가장 먼저 창조함을 받았다는 그 기쁨보다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불순종하여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전 인류에게 죄의 시작을 알려 주는 한 페이지를 쓰므로 부끄러움을 갖게 한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을 다 준행한 노아는 다른 사람들의 조롱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긴 시간동안 방주를 지어서 인류를 홍수 심판에서 구원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가 쓴 한 페이지를 읽다 보면 노아를 대단한 사람으로 우리는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부끄러운 인생의 한 페이지가 있으니 방주에서 나와 포도농사를 지어 그 포도를 먹고 대취해서 벌거벗은 몸으로 길가에 누워 자다가 둘째 아들 함에게 발견되었고, 이를 본 함이 두 형제 셈과 야벳에게 알게 했다는 이유 때문에 함을 저주하는 치욕적인 한 페이지의 책을 쓰게 된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쓴 한 페이지의 글을 다시 읽어 본다면 나는 과연 어떤 페이지의 글을 썼다고 생각하는가? 후회스러운 글은 쓰지 말았어야 하는데, 아니 칭찬은 듣지 못해도 남이 나의 글을 읽는다면 찡그리지는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나의 뒤를 돌아 볼 때 걱정이 앞선다.

2012년이 시작되었나 싶은데 벌써 1월이 가고 2월의 중반을 넘어간다. 1년 365페이지 중 벌써 44페이지의 글을 써 가고 있다. 오늘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쌓이고 쌓여서 일생(一生)이라는 한 권의 책이 된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페이지를 정성껏 써야 한다. 책임과 능력과 지혜를 다해서 그날그날의 페이지를 충실(忠實)하게 써 나아가야 하겠다. 사람의 평가보다 하나님의 평가가 더 두려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