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호 목사 (전 성결대 총장)

자기가 태어나서 자라고, 죽어 묻힐 땅이 조국 또는 모국입니다. 제가 처음 모국을 떠난 것이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인 1975년 여름이었습니다.

국제기독교연합회(I.C.C.C.)의 초청으로 필라델피아에 있는 훼이스(Faith)신학대학원으로 갈 때였습니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한국을 소개하는 이야기를 영어로 열심히 외워서 옆자리에 앉아가던 미국 사람에게 열심히 한국을 자랑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시 조국을 떠난 것은 석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성결교신학교에서 도서관장으로 봉직하다가 박사학위 공부를 위해 가족과 함께 한국을 떠나던 1980년이었습니다. 학위 논문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학교의 부름을 받고 급히 돌아온 때가 1989년 말이니 십년 만에 귀국한 셈입니다.

23년 만에 다시 고국을 떠납니다. 언제 돌아오겠다는 기약도 없이, 미국으로 가는 특정한 목적도 없이 그곳에 살러 가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미국에 있고, 은퇴한 우리 내외가 살 집이 미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집도 있고, 친구들과 할 일들이 있지만 책임 맡아 해야 할 일은 다 지나갔습니다. 성결대학교에서 총장으로, 은퇴 후에는 새에덴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겼으나 이젠 더 이상 책임지고 일할 것도, 또 그럴 능력도 없기에 조용히 여생을 지내려 미국으로 들어갑니다. 막상 떠나려니 지나간 날들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쳐갑니다. 기도와 격려로 도와주신 여러분께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간직한 채 떠나갑니다. 외골수로 책임을 다한다고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도 아쉬움과 함께 미안감을 가지고 떠납니다.

나서 자란 곳이 모국임과 마찬가지로 내가 학습과 세례를 받고, 전도사로 목사로 세움 받은 교단이 모교단입니다. 성결교단은 어딜 가도 잊지 못할 나의 모교단입니다.

나라를 떠나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조국을 염려하고 위하여 기도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예수교대한성결교회를 위해서도 기도하며 잊지 못 할 것입니다. 그간 사랑을 베푸시고 물심간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받은바 사랑을 다 갚지 못하고 떠나게 됨이 아쉽고 죄송스럽습니다.

데살로니가를 떠나던 바울 사도의 말처럼 떠나는 것은 얼굴 뿐 마음은 아닙니다. 몸은 떠나도 마음은 조국에 모교에 모교단에 두고 떠납니다. 나를 키워준 모교와 모교단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대로 머리가 될지언정 꼬리되지 않는 복으로 채움받길 기도합니다. 조국 통일의 날이 당겨지고, 경제가 안정되며 나라가 발전하기 기원합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섭리하시지만 그 일을 이루실 때는 사람을 통해 역사하십니다. 조국의 앞날을 위해 훌륭한 일군들이 국민의 대표자들로 또 대통령으로 세워지기 바라며, 모교와 모교단도 성결하고 헌신적인 사역자들을 통해 날로 발전하고 부흥한다는 소식을 듣기 원합니다.

수고한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간직하고, 수고할 젊은 일군들을 아끼는 좋은 풍토가 나라에 교단에 충만하기 바랍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자기는 섬기는 자세로 임할 때 모두가 함께 살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어가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총과 인도하심이 내 조국, 모교, 모교단에 늘 함께 하심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