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성 목사

교단 살림을 정리하고 다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 성결대학교 대강당에서 모인 제91회 교단 총회를 참관하였다. 금년 2월말로 약28년간의 군종목사의 삶을 마감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해군군복을 벗은 후라 임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간 잘 참여하지 못했던 총회 현장을 직접 느껴보고 싶은 이유였다. 과거에 비해 교회의 숫자들도 많아졌고 이로 인해 대강당 전체를 가득 채운 총회 대의원들의 모습은 교단이 많이 부흥된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는 큰 자긍심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대강당 뒤편에 친구 목사와 함께 앉아 총회의 진행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바로 뒤에 앉아 있던 두 목회자의 대화가 내내 거슬렸다. 왜냐하면 이들이 구사하는 언어가 목회자로서 바람직하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의 대화 중에 여러 목사님들의 이름이 계속 거명되어졌는데 거의 ‘님’자를 넣지 않고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의 언어법상 호칭하는 사람이 친구이거나 대화 상대보다 손아래 사람들이라면 ‘님’자를 넣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님’자를 넣어 호칭하는 것이 바른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한참 선배들이었다. 물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였다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곳은 그런 공간이 아니었다. 교단의 어른들이고 선배 목사님들을 호칭하는데 마치 친구를 호칭하듯이 하는 것은 목회자로서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 여겨진다. 목회자라면 말에도 모범이 되어야 하고 구사하는 단어들도 구별된 것으로 해야 하며 언어예절이 잘 지켜지는 것이 지극히 마땅하고 당연하다. 우리가 구사하는 언어 속에는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도 포함되는 것이다. 아무리 바른 칭호를 쓰더라도 위계에 맞는 상당한 말씨와 어휘를 사용하지 않으면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한다.

상대를 공경하려면 말씨와 어휘도 공경스러워야 비로소 원만한 대인관계가 이루어진다. 우리가 누구와 몇 마디의 대화만 해 보아도 그 사람의 출생과 성장환경, 교육정도와 전공분야, 현재의 사회적 지위와 생활주변 등을 그대로 알 수 있다. 그래서 민족 언어는 민족의식 그 자체라 말한다.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 그 척도가 바로 말씨와 어휘의 선택이다. 존경과 신뢰로 이루어져야 하는 교단 공동체가 앞서가는 사람과 뒤 따라가는 사람들 간에 별 구별이 없게 되어진다고 하면 그것은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키 어렵지만 입술을 제어하는 자가 지혜로운 자라고 잠언기자는 말씀하고 있다. 말에 덕을 세우는 것이 크리스천에게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가. 특히 목회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때문에 사도바울도 교회 지도자를 세우는 일을 위해서 이 점을 깊이 강조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말이란 의미가 담긴 소리이다. 말에 담긴 의미와 밖으로 나타내려는 의사가 일치해야 비로소 그 말이 가치가 있다. 말은 일정한 생활문화권에서 약속된 어휘와 말씨에 의해서 해야 의사소통이 바르게 된다. 대화 상대에 따라 말씨가 달라지고 나타내려는 의사에 따라 사용되는 어휘가 바르며 말하는 자세와 듣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방법이 이미 정해져 있다. 목회자는 이 기준보다도 더 높은 기준에서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말씨와 어휘 태도가 사회공통의 방법에 합치되면 예의바르다고 하지만 제 멋대로 아무렇게나 하는 말은 무례하다고 한다.

말을 예의바르게 하고 예의바르게 들으면 원만한 사회생활이 되지만, 언어예절을 알지 못해 아무렇게나 하면 아무도 상대를 하지 않아 외톨박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교단의 목회자들은 서로 존경하는 말투와 언어를 통해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