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원 목사(사랑의동산교회 )

집에 찾아오신 예수님의 발 앞에서 꿀송이 보다 더 달았을 주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를 택한 마리아,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이런 바람이 간절함에도 우리는 여전히 마르다의 삶을 산다.  마르다, 우리 모두의 현실이다. 가장 귀한 분, 예수님을 초청하는 일이 당시의 여성으로서 쉬운 일이었을까?

사회적 편견과 종교적 차별로 인한 서글픔과 소외의 대상이었을 텐데, 오라비 나사로를 살려주신 그 은혜를 도저히 그냥 지날 수 없어 마르다는 과감하게 예수님을 집으로 초청했다.
초청한 책임이었을까? 예수님이 들어오실 현관, 앉으실 자리 얼마나 잘 준비했을까?

내친 김에 식사준비까지 한다. 이 잔치를 위해 도움의 손, 한 사람이라도 더 필요했고, 더욱이 동생이라면 얼마나 더 알맞을까? 예수님을 초청했지만 같이 있는 무리들이 오는 것을 막을 방법도 없었으니 그냥 잔치가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과 함께 와서는 정해진 자리에 둘러앉는다. 인사는 하는 둥 마는 둥 마치고 마르다는 접대를 위해 계획된 주방으로 이동한다.

미운 모습으로 표현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끔찍이도 언니를 따랐을 마리아도 이미 앞치마를 하고 있었으며 그 손에는 음식장만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도 들고 있었으리라. 이 마리아의 귀에 상과 부엌을 오가면서 지나치려고 해도 들리는 예수님의 음성이 자꾸 귀에 머문다.

언니 마르다의 분주한 움직임이 보이고 쉴 새 없는 주문도 들리지만 예수님 앞을 지나치노라면 자꾸 발걸음이 느려진다. 결국 듣고 싶은 마음이 남자들이 둘러앉은 틈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 예수님의 발치 앞까지 나아가게 했다. 여전히 앞치마와 주방기구를 든 채로.

마리아를 찾던 마르다의 눈에 이 모습이 보였다. 순간의 감정이지만 아쉽다. 몇 번 신호를 보냈지만 잠깐만, 잠깐만 하면서 그대로 앉아있는 마리아에게 말이 통하지 않음을 알아, 하늘나라를 주제로 담소를 나누시는, 그러나 아무도 숨소리조차 크게 못 내며 그 말씀 속에 빨려 들어가고 있던 그 순간에 예수님을 향하여 마르다는 부탁드린다.

“마리아 좀 나가라고 해주세요. 날 좀 도우라고 해주세요.”
뜻밖에도 마리아가 좋은 편을 택했다고 하신다. 그냥 두라고 하신다.
마르다 자신이 초청한 예수님이지만 좀 밉다. 마리아를 향한 아쉬움과 그로인한 미움이 예수님에게까지 간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마르다는 예수님께 한 끼 식사를 대접하는 영광을 가졌다.
그런데 작은 반전이, 아니 엄청난 반전이 일어난다.

언니에게 미움 받은 채 말씀만 듣고 난 마리아가 자신의 가장 귀하게 여기던 향유옥합을 가져다가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신의 전 삶을 상징하는 머리칼로 그 예수님의 발을 씻긴다.
예수님은 당황하지 않으시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말씀하신다.

“이 여인의 행한 일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 어디서든지 함께 기억되리라.”
휴가를 마치고 목회현장으로 복귀했다. 휴가마저도 목회가 아니었을까?
여전히 우리는 마르다처럼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후반기 사역을 하면서 틈틈이 마리아가 되어보고 싶다. 말씀을 들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