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서는 11월을 감사의 달로 지킨다. 그러나 사실 11월은 감사하기에 적합한 달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생을 둔 가정에는 자녀들의 대학수능 시험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고 계절적으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때 이므로 가정들 마다 김장과 겨우살이 준비 등으로 분주하고 경제적인 부담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이런 계절에 감사절이 들어 있다는 것은 감사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될 때에도 범사에 감사하라는 역설적인 교훈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기독교는 십자가의 종교이다. 이 감사의 계절에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수직적인 드림과 하나님께 받은 복을 이웃에게 베푸는 수평적인 나눔은 또 하나의 십자가의 의미이다. 통계상 한국교회의 60%이상이 미 자립 교회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추수감사절이 부족한 교회의 재정을 보충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성도들이 하나님께 드린 정성스러운 감사절헌금 가운데 일부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은 매우 복되고 아름다운 일이다.

물론 교회들의 어려운 형편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신 주님을 따르며 가르치는 교회는 나눔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나눔의 참 의미는 넉넉한 가운데 실행하는 것도 귀한 것이지만 어렵고 힘든 가운데 나누고 베푸는 것이 더욱 복되고 아름다운 것이다. 기온이 점점 떨어지는 계절에 우리의 작은 나눔의 실천이 총회 적으로 실시하는 전도운동의 복음과 함께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