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다가온다. 지금은 크리스마스가 돌아와도 별다른 감동 없이 보내지만 전에는 크리스마스가 정말 기쁘고 즐거운 추억의 절기였다. 어린 시절, 성탄절 새벽이 되면 귀가 떨어질 것 같은 추위에도 10여 명씩 짝을 지어 성도들 집을 찾아다니면서 새벽 송을 부르면 정성스럽게 준비해 놓았다가 주는 과자 몇 봉지에 기뻐했던 기억이 지금도 아련히 떠오른다.

그 시절은 가난하던 때인지라 성탄절 연극을 해도 특별한 의상이 없었고 집에서 어른들 옷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입고 공연을 했으며 악기도 풍금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TV나 오락 매체가 없었던 때 인지라 교회의 성탄 발표회는 1년 내내 기다려지는 큰 행사였다. 신앙의 연륜이 있는 성도들이라면 그 시절 성탄절의 즐거운 추억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을 것이다.

요즈음 어린이들이 장성하면 훗날 성탄절에 대해 무엇을 기억할까?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면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가슴이 저려올까? 지금은 재미난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교회의 크리스마스 공연도 별 볼일 없는 행사에 지나지 않고, 모든 것이 풍요로운 가운데 살고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물도 평소에 받던 선물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인생을 살아놓고 지난날을 돌아보면 힘들고 고생했던 날들이 더 추억으로 남는다. 작은 기쁨을 오래 기억나게 하는 가난했던 시절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풍요에 젖어 소중한 추억을 잊어버리지 말고 작은 것에 감격하던 순수한 마음으로 성탄을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