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철 교수 [성결대학교 ]

선행적 은총이라는 말은 웨슬리가 처음으로 사용한 신학적 용어가 아니다. 초대교회 교부들은 하나님의 은총을 표현하기 위하여 선행적 은총이라는 말을 보편적으로 사용하였다. 선행적 은총은 타락한 인간의 본성만으로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원죄와 더불어 자유의지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터툴리안은 말시온과의 논쟁을 통하여 구원론의 기초를 제공하였다. 타락한 인류는 하나님의 선행적 은총으로 참된 회개에 이르게 된다고 보았다. 순교자 저스틴은 “하나님이 우리를 설득하시고 신앙으로 인도하신다”라며 하나님의 구원의 사역을 먼저 시작하신다는 의미로 선행적 은총을 설명하였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 암브로시우스, 크리소스톰과 같은 교부들의 글에서도 선행적 은총에 관한 내용들을 살펴 볼 수 있다. 대부분 교부들은 “신인협동설”에 가까운 선행적 은총론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어거스틴과 펠라기우스의 논쟁 이전에는 선행적 은총에 대한 이해가 명백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어거스틴의 선행적 은총은 “불가항력적 은총”으로 나타난다. 그는 펠라기우스와의 논쟁을 통하여 선행적 은총의 교리를 발전시켰다. 어거스틴은 펠라기우스에게 보내는 두 편지에 “선행적 은총”과 “후행적 은총”을 주장하였다. 그가 두 은총을 주장하기 위하여 인용한 성경은 시편 59:10에 “나의 하나님이 (앞서 가서, prevenient) 그 인자하심으로 나를 영접하시며”와 시편 23:6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이다. 시편 59:10의 “앞서 가서”라는 구절이 우리말 성경에는 생략되어 있다. 그는 “하나님이 앞서 가서”라는 구절로부터 “앞서 가는 은총”의 개념을 확보하였고, 23:6의 “정녕 나를 따르리니”를 기반으로 “뒤따르는 은총”을 언급하였다. 그는 하나님의 선행적 은총의 주체를 성령으로 보았으며 성령의 사역은 불가항력적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예정 안에서 택함을 받은 사람들은 반드시 선행적 은총을 받아드리게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알미니우스는 선행적 은총을 “보편적 은총”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칼빈의 이중예정론과 불가항력적 은총에 반대하여 선행적 은총의 교리를 발전시켰다. 그는 어거스틴 전통의 절대예정론이나 불가항력적 은총이라는 개념을 거부하였지만 어거스틴이 주장한 성령의 사역인 선행적 은총을 수정하여 받아들인다. 알미니우스를 따르는 항의자들은 항의자의 5개 조항 중 1항과 4항에서 선행적 은총은 양심과 자유의지의 회복이라고 보았다. “1. 성령의 도움이 없이는 하나님께 나아올 수 없도록 무능한 인간이 되었다. 선을 행하거나 구원받은 신앙을 가지려면 성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한 인간이 타락했지만 선행적 은총에 의해 양심과 자유의지가 회복되었다고 믿는다.” “4. 은혜는 불가항력적이 아니다. 성령의 영향의 보편으로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자유의지에 의하여 은혜를 거부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있다. 선행적 은총의 자극에 의해 회복된 자유의지가 효과적인 은총과 협동할 수 있다.” 여기서 알미니우스는 원죄를 인간의 전적타락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어거스틴의 입장에서 ‘포로된 자유의지’를 말한다. 자유의지는 타락하였지만 의지력까지 상실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의지력이 활동하여 구원을 성취하기 때문에 불가항력적 은혜가 아니라는 것이다.

웨슬리는 선행적 은총을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으로 보았다. 그는 종교개혁자들과 함께 인간의 전적타락을 수용하고 선행적 은총이란 전적으로 타락한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양심과 자유의지)”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알미니우스와는 달리 성령의 도우심을 받는 사람만 선행적 은총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현존하는 모든 인류가 선행적 은총의 수혜자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구원을 이루는 일에 관하여”라는 설교에서 “양심이란 것은 자연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선행적 은총입니다. 모든 인간은 많든 적든 이 선행적 은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웨슬리는 구원을 이루는 두 번째 항목인 믿음에 관하여 “행한 것이 없더라도 ‘불경건한 자’에게 하나님이 신앙을 주시는 그 순간(신앙은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에) 그 신앙이 그를 의로 인정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웨슬리는 신앙을 받아들이는 단순한 행위도 양심과 자유의지를 회복시킨 선행적 은총의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업적을 배제한 믿음’이며 ‘공적이 될 수 없는 믿음의 행위’를 주장하였다.